배우 문정희와 박정우 감독은 벌써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2004년 박정우 감독의 데뷔작 `바람의 전설`부터 `쏜다`(2007년) `연가시`(2012년) `판도라`까지 박정우 감독의 모든 영화에 출연했다. 이번에는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를 그린 영화 `판도라`에서 박정우 감독과 다시 만났다. 문정희는 주인공인 재혁의 형수이자,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 정혜 역을 맡았다. 문정희는 어떻게 박정우 감독의 페르소나가 됐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와 얘기를 나눴다.
Q. `바람의 전설``쏜다` 그리고 `연가시`에 이어 또다시 박정우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이 정도면 박정우 감독의 페르소나 아닌가?A. 페르소나까지는 아닌 것 같고. `연가시` 때는 워낙 실험적인 연기를 많이 했어야 해서 편한 배우가 필요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이했고 이번 작품도 비중 때문에 소속사에서는 반대했는데 제가 하겠다가 우겼어요.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Q. 박정우 감독은 어떤 스타일인가?A. 재난 영화가 사람들만 통제하면 되는 게 아니라 여러 팀이 한 번에 오케이가 돼야 해서 굉장히 어려운데 그걸 기가 막히게 잘했어요. 칭찬해주고 싶어요.
Q. 박정우 감독의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A. 감독님의 모든 작품에는 정치 풍자에 대한 코드가 있어요. 그런 것이 마음에 들어요. 제가 사회적인 활동을 하거나, 소신 있게 산 것은 아니지만 작품에 그런 코드가 들어간 것을 선호해요. `연가시`나 `판도라`도 정부의 대처 능력이나 상황을 풍자한 그런 코드가 잘 맞아서 선택하게 됐죠.
Q. 이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A. 원전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영화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 배우로서, 그리고 또 한 사람으로서. 앞뒤 안 보고 하고 싶었다.
Q. 정혜는 모성애가 대단한 여인이다. 연기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A. 이번 영화는 경험하지 못한 것투성이였어요. 모성애 연기가 어려웠죠. 정혜는 서울에서 경상도 시댁으로 시집온 여자예요. 남편, 시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도련님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죠. 그동안 시댁에서 살면서 많이 힘들었던 여자라 시골 촌구석을 벗어나고도 싶어 했죠. 어쩌면 시어머니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여자이기도 하고요.
Q. 시어머니로 나온 김영애와의 호흡은 어땠나?A. 김영애 선생님하고는 `카트`를 같이 했었거든요. 감독님과 `판도라`를 하기로 하고 시어머니 역을 캐스팅하는데 제가 김영애 선생님께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김영애 선생님에게 의지를 많이 했죠. 정말 김영애 선생님과 같이하면 `여배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돼요. 선생님에게는 `열정`이라는 단어도 약한 것 같거든요. 열정을 넘어선 그 어떤 것이 있죠. 촬영할 때도 컨디션이 안 좋으셨을 때인데도 카메라만 돌아가면 그 연기에 혀를 내두르게 돼요.
Q. 도로에서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뛰는 장면을 촬영할 때 굉장히 힘들었을 거 같다.A. 그런 촬영이 영화에서 보듯이 편하지는 않거든요. 한여름에 뙤약볕에서 몇 달 동안 뛰는 촬영을 했는데 정말 모두 지쳤어요. 말이 쉽지 수백 명이 한꺼번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감독님이 `연가시` 때 해보셔서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아요. 다시 세팅하기도 힘들어서 한두 번 촬영으로 모두 끝내야 하거든요. 몇 달 동안 외국에서도 찍고 세종시 부산 등 전국 도로를 돌아다니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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