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올림머리` 손질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외국에서도 국가수반이나 유력 정치 지도자가 머리 손질 문제로 구설에 오른 이른바 `헤어 스캔들`은 심심치 않게 있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머리 손질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사례라기보다는 주로 일반 정서와 동떨어진 고비용이 문제였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최근의 스캔들은 박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의 매우 낮은 지지율(4)을 기록하며 자국민의 외면을 받아 내년 대선 출마를 포기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이른바 `이발사 게이트`다.
그는 올여름 월급이 9천895유로(1천260만원)에 달하는 전담 이발사를 둔 것이 알려져 비판과 조롱을 받았다.
이런 급여 수준은 프랑스 대통령의 월급 1만4천910유로의 3분의 2 가량으로 프랑스 정부의 장관들과 맞먹는다. 유럽의회 의원 월급 8천213유로(수당 제외)보다 많다.
무엇보다 단순히 빗어넘긴 형태의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그의 머리를 손질하는 데 한 달에 천만원이 넘는 돈이 드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프랑스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올랑드의 `헤어 스캔들`을 비웃는 각종 풍자 이미지로 도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아온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특유의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1년에 120여 차례나 머리 손질을 받았다고 한다.
인디펜던트지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국립기록보관소가 공개한 1984년도 대처의 일정표에는 그해 총리가 머리 손질을 118차례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대처는 특히 전담 미용사를 각료회의장과 주요 회의가 열리는 곳에 모두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회의가 길어지거나 다른 회의가 이어질 때는 중간에 잠깐 나와 드라이를 하고 나오기도 했다.
머리 모양이나 옷매무새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대처의 `철의 여인` 같은 성격을 보여준다는 평가였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4월 호화 헤어살롱에서 머리 손질을 받아 구설에 올랐다.
클린턴은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 입점한 `존 바렛 살롱`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이곳의 헤어컷과 드라이를 합친 가격은 보통 회당 600달러(70만원) 이상이다. 클린턴은 `노동자 계층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초호화 머리 손질을 받은 것은 위선`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빌은 1993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이륙 전 한 시간 가량을 묶어둔 채 200달러(23만원 상당) 짜리 머리 손질을 받은 것은 것으로 보도돼 "헤어포스원", "역사상 가장 값비싼 헤어컷" 등의 조롱을 들어야 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빌 클린턴이 머리 손질을 받느라 활주로 두 개가 폐쇄되고 민항기 운항까지 정지됐다고 보도했지만, 이후 다른 언론들은 활주로 폐쇄도 없었고 다른 항공기의 지연운항도 2분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독특한 머리 모양도 스캔들까지는 아니지만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레이스에서 자신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등에 관심이 집중되면 종종 `다른 사람에게도 머리 모양과 관련해 얘기할 거리가 많다`며 관심을 트럼프 쪽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머리는 중력을 거스르는 듯 뒤로 빗어 넘긴 독특한 모양으로, 그가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 연출을 위해 부분 가발을 썼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ABC 방송의 유명 앵커 바버라 월터스는 2015년 인터뷰 도중 트럼프의 머리와 관련된 소문을 확인차 직접 트럼프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져보기까지 했다.
트럼프는 "부분 가발 착용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인하면서도 자신의 머리 스타일에 얽힌 소문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성 유권자를 무대로 불러올려 머리를 만지도록 하는 `쇼맨십`을 발휘한 일도 여러차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