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대리운전을 불렀고 귀가중 잠이 든 사이 대리기사가 차를 도로 한가운데에 세우고 사라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300m를 직접 운전한 것은 음주 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연합뉴스 DB>
5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임 모(58)씨는 지난 3월23일 밤 술을 마시고 서울 구로구의 집으로 가려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당시 임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192%.
하지만 술에 취해 다소 거친 말을 하는 임 에게 불만을 품은 대리 기사는 오후 9시30분께 임 가 잠이 들자 왕복 4차로인 개봉 고가차도 내리막길에 차를 세우고서 그냥 떠나버렸다.
잠에서 깬 임 싸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대리기사는 보이지 않았고 다른 차량은 임 씨의 차를 피해 달리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대리기사를 다시 부르기 어렵다고 생각한 임 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이어 300m를 운전해 고가도로를 내려왔다.
위험한 도로를 벗어났지만 만취한 임 씨는 제대로 주차하지 못하고 2차로에 차를 세워둔 채 2㎞를 걸어서 귀가했다.
이후 방치된 차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음주 운전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은 임 싸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애초에 음주 운전을 하지 않으려 대리기사까지 불렀던 임 씨는 억울한 생각에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됐던 것.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정욱도 판사는 "임 씨의 운전은 대리기사로부터 초래된 위급 상황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차량이 내리막길 한가운데 있어 상당한 차량 정체가 발생하고 사고위험이 있었다"면서 "임 씨가 직접 운전하지 않고서는 단시간 내에 사고위험을 없애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이어 "잠에서 깨어난 임 씨가 방향전환 없이 그대로 고가도로를 내려오기만 했고 차를 세우고 집으로 걸어갔다"며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임 씨의 운전은 형법에 따른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형법 제22조(긴급피난)에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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