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초 상장사들은 그 해 목표로 잡은 실적 전망치를 공시합니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기존의 목표했던 전망치를 대폭 하향 수정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 주의와 함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연초 실적 컨퍼런스콜이나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상장사들.
하지만, 연말이 되면 기존의 장밋빛 미래는 온데간데 없고 슬쩍 수정된 전망치를 내놓습니다.
실제 이달 들어 올해 실적 전망치를 수정한 상장사는 모두 13개사.
실적 전망을 낮춰 잡은 사례가 대다숩니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연초 잡았던 수주 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연초 195억달러로 예상했던 올해 수주 전망치를 95억달러로 절반 이상 축소시켰습니다. 현대미포조선도 올해 수주 전망치를 9억달러로 연초 예상치보다 3배 넘게 줄였습니다.
심지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선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사례도 있습니다.
연초 매출액 3,4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달성을 자신했던 엘아이에스가 최근 정정공시를 통해 3배 이상 급감한 매출액과 2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나노스와 오이솔루션 역시 연초 흑자를 전망했던 영업이익이 적자를 볼 것이라고 정정공시를 냈습니다.
해당 상장사들은 관련 사업의 경기둔화와 환율 변동에 따른 대외변수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실적 전망치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실적 전망치 수정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상장사들의 이 같은 행태가 일종의 꼼수인데도,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지 않아 매년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실제 실적 전망치와 실제 수치가 현저히 다를 경우(50% 이상 차이)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정정공시를 내면 지정을 피할 수 있어 일부 상장사들이 이를 악용한다는 지적입니다.
<전화인터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투자자 입장에선 흑자를 예상했던 (실적 전망) 공시를 봤다가 나중에 가서 적자로 돌아섰는데, 정정공시 하나로 면죄부를 받는 사례가 많았다. / 악의적인 목적으로 정정공시를 활용하는 상장사에 대해선 제재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결국 경영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실적 전망 공시에 투자자들만 멍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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