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표류하는 정국 수습의 해법으로 창와대 참모진에 이어 개각에 이르는 단계적 인적쇄신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박 대통령은 28일 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하라고 지시,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 발표에 이어 두 번째 후속 조치에 나섰다.
당초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교체 대상자와 후임 인선을 대략 확정한 뒤 다음주 중 인적쇄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수습 노력이 지지부진하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일단 사표부터 일괄해서 받기로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이날 박 대통령과의 90분 독대에서 재차 조속한 인적쇄신을 건의하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안 하시면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그러면서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서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계신다"며 인사를 비롯한 다양한 조치를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번 주말 동안 앞서 사표를 낸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교체 대상을 선별할 예정이다.
대상자로는 최순실 씨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보도됐거나 야당으로부터 사퇴 공세를 받고 있는 참모들이 꼽힌다. 이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이 그 대상이며 쇄신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폭을 더 넓힐 가능성도 크다.
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가신 3인방`은 수석비서관이 아니라 일괄 사표를 내라는 지시를 받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정리 대상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비서관 3명도 사실상 사의를 전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수석들을 먼저 개편한 뒤 나중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내각에서도 황교안 국무총리를 교체하면서 책임 총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책임 총리를 먼저 임명하고 총리와 상의해 부분 개각에 나서는 수순이 유력하다.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 각료를 바꿀 가능성이 점쳐지며 개각까지는 시일이 많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정 공백 우려와 후임자 인선 난항 등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한꺼번에 인적쇄신을 단행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을 교체하는 방안을 유유력하게 고려 중이다.
개각 과정에서는 정치권 일각에서 요구하는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문제도 논의될 수 있지만, 당장 비중있게 검토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책임총리제가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분간 꼭 필요한 외교·안보·민생관련 일정 위주로 소화하되 불필요한 외부일정을 최소화하는 등 인적쇄신 구상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인적 쇄신을 마무리하면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또는 공개석상 발언 등을 통해 이런 조치들에 대해 직접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사과와 재발방지의 뜻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박 대통령과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박 대통령 스스로 더욱 명확하고 진솔하게 설명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