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죄수의 딜레마` 입니다.
범죄를 함께 저질렀다고 짐작되는 두 용의자에게 담당검사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하죠.
"지금부터 두 사람을 떼어놓고 심문하게 될 텐데, 만약 둘 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면 비교적 가벼운 형벌인 징역 3년을 구형하겠소. 그런데 한 사람은 순순히 자백했는데 다른 사람이 부인한다면, 자백한 사람은 정직에 대한 보상으로 방면해 주려고 하나 부인한 사람은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하려 하오. 만약 둘 다 부인한다면 당신들이 저지른 사소한 잘못을 걸어 징역 3년을 구형하도록 할 작정이요."
만약, 이 두 용의자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심문을 받는다면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아 둘 다 범행을 부인함으로써 가장 가벼운 형벌만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따로 심문을 받기 때문에 이 두 사람 사이에 의사전달이 전혀 허락되지 않죠. 만약 동료가 자백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동지의식을 발휘해 같이 버티겠지만, 문제는 그가 어떻게 할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자기는 친구를 믿고 버텼는데 그가 자백을 해 버렸다면 자신은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 받는 신세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이 두 용의자가 처해 있는 딜레마, 즉 죄수의 딜레마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OPEC의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가 상승 반전을 했습니다. 무려 8년 만에 감산에 합의를 한 건 더 이상의 치킨 게임이 공멸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에 사우디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이란도 증산하지 않겠다는 화답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감산 합의의 약발이 얼마나 갈까요? 8년 만의 감산 합의 치곤 단기 상승 폭도 기대 밖 아닌 가요? 어차피 이번 유가 약세가 공급의 과잉으로 나온 것이니 이번 OPEC의 감산 합의는 메가톤급 호재임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왜 일까요? 이 감산 합의가 과연 지켜질까 하는 의심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 러시아도 OPEC과 호흡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우디, 이란, 러시아 어디 하나 서로를 믿는 나라들 아니죠. 특히 사우디와 이란은 원유생산 같은 경제적인 문제 외에 정치적 아니, 그보다 더 격한 정서적인 적대관계에 있습니다.
친구도 배신을 하는 데 이들 나라는 친구가 아닙니다. 다들 배신의 전과가 있는 일종의 경쟁자들입니다. 그래서 언제, 누가 먼저 배신을 할 지 모른다는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를 갖고 있는 셈이죠.
이들이 굳은 결심으로 이번만은 배신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고 약속을 지켜내도 문제는 또 다른 법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셰일 오일입니다. 경제성 때문에 시추공을 닫았던 미국 셰일 유전의 주인들은 `그래, 조금만 더 올려다오.` 하고 기다리고 있죠.
예전 오일쇼크 시절을 떠올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이 완벽하게 장악했던 원유시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굉장히 다변화됐죠. 사우디의 장악력은 현저히 약화됐고 미국은 이제 에너지에서도 주도권을 놓을 생각이 없을 겁니다.
한마디로 예전처럼 감산의 합의도 쉽지 않고 또 그 합의의 실행은 더 어렵고 실행이 되더라도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그전 같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유가가 오르려면 글로벌 수요가 살아야 합니다. 경기의 회복 없는 수요를 우리는 투기적 수요라고 합니다. 국제 유가의 반등에만 기대어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는 거 글쎄요. 좀 신중하게 봐야 하지 않을 까요?
기본적으로 지금은 하모니의 시절이 아니라 스트러글의 시절 아닙니까?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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