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13]
거대 유동성의 역습 Ⅱ
박문환 이사 /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박지원의 한문 소설 <허생전>을 보면 남산 기슭에서 글공부만 하던 허생이 부인의 바가지를 듣고는 집을 나서서 서울 갑부 변 씨로부터 만금을 빌려다가 제수용 과일을 사재기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지금 딱 유럽의 채권시장이 그런 모습이라는 생각인데요, 양적 완화를 해도 매수할만한 채권이 없으니 채권 값만 속등하는 흐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죠.
미국이 만든 금융 위기는 세상을 혼동 속에 빠뜨렸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빌린 돈에 대해 갚을 능력이 상실되었고, 즉각 미국의 FRB는 돈을 발행해서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주기 시작했지요. 이른바 양적완화입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줌으로써 미국 정부는 부도를 면할 수 있었고, FRB의 창고는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로 꽉 차게 되었지요.
금융 위기 이전에 8900억 달러였던 연준 창고의 달러 자산은 4조 4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만든 금융 위기는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유럽으로 불똥이 튀었는데요, 유럽에서는 이미 은행이 통합되어 있었으니 통화 정책을 함부로 구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돈을 찍어내서 국채를 매입할 수 없으니 곧장 국가의 곳간은 거덜이 나버렸겠지요?
그래서 유럽의 위기는 미국처럼 금융 위기라고 하지 않고 재정위기, 즉 국가의 재정이 파탄이 나는 형태로 전이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심각한 재정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ECB도 양적 완화를 결심하게 되었죠.
미국처럼 열심히 돈을 찍어서 국채를 매입하기로 말입니다.
하지만 매수할 수 있는 국채가 곧장 바닥이 나버렸습니다.
미국은 4조 4000억 달러나 매입했는데, 왜 유럽은 곧바로 바닥이 나버렸을까요?
유럽의 정부에서는 GDP 대비 3% 이상의 재정 적자를 만들 경우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도 끝도 없이 국채를 발행할 수는 없다는 말이죠.
결국 양적 완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회사채까지 매수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이번에 영국의 영란은행에서도 새로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요?
향후 18개월 동안 100억 파운드 규모의 회사채 매입이 포함된 양적완화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문제가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회사채도 바닥이 난 겁니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은 살짝 다른데요, 미국은 기업이 자금이 필요할 때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하는 습성이 강한데 비해서
유럽은 주로 은행 대출에 의존적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의 이름은 JP 모건, 골드만삭스처럼 은행보다는 IB 위주로 발달을 했지만 유럽에서 큰 금융기관의 이름을 보면 도이체방크, 방카포플레라 처럼 꼭 은행이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럽은 회사채가 많이 발행되는 구조가 애당초 아니었습니다.
미국보다 뒤늦게 양적 완화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우량채 들은 빠르게 소진되어 버린 이유가 됩니다.
그 문제는 오늘 새벽에도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영란은행이 멋들어지게 새로운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했고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만, 달랑 이틀만에 계획했던 물량마저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오늘 새벽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란은행이 11억 7000만 파운드 규모의 장기물 국채를 매수하려 했지만, 매입 규모는 11억 1800만 파운드에 그쳤습니다.
앞으로 6개월간에 걸쳐 자산 매입을 435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마치 <허생>이 매집해 버린 제수용 과일처럼 시장에 물량이 사라져버린 것이죠.
채권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하락합니다.
오늘 새벽 영국의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1.39% 수준까지 떨어졌고, 10년 기준물은 0.56%까지 하락했습니다.
<제임스 토빈> 이 슈퍼 포트폴리오 이론을 발표한 이후 기관투자자들은 일정한 비중의 채권이 반드시 필요해졌습니다.
유럽에는 보험회사가 참 많지만, 유럽에서는 채권이 씨가 말라버렸습니다.
채권이 필요한 유럽의 연기금이나 보험회사들은 우량한 장기채를 구하기 위해 이머징 시장까지 두리번 거리게 되었던 것이죠.
지난 7월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곳은 어디였을까요?
영국입니다. 대략 7850억원어치를 매수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독일입니다.
7700억원어치를 사들였고, 룩셈부르크가 그 뒤를 이어 7470억원을 순매수 했습니다.
우리네 주식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미국은 고작 4위로 7320억원에 그쳤습니다.
주로 유럽계 자금이 우리네 증시에 들어왔다는 말이죠.
최근 이머징으로 돈이 유입되기 시작한 이유와 과정을 모두 설명해드렸고 입증해드렸습니다.
우리 증시는 한동안 대형주 위주로 상승을 했고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거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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