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국내 기업들 가운데 둘 중 한 곳은 상장한 다음해에 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이들 기업들 중 절반은 실적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상장 전후가 많이 달랐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될까요.
김보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트루윈은 상장 직후 영업이익이 30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추락했습니다.
2013년 상장한 램테크놀러지 역시 35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상장 후 다음해 28억 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2012년에 상장했던 코이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80억 원에 달했던 실적은 상장하자마자 8000만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더니 해가 갈수록 적자폭을 확대했습니다.
실제 한국경제TV가 지난 2011년부터 4년동안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조사해 본 결과, 매년 평균적으로 상장기업 두 곳 중 1곳은 상장 직후 실적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 중 절반은 심지어 상장한 다음 해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전화 인터뷰>기업 관계자
"거품이 생기죠. 얼마에 상장하느냐는 창업자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라서 될 수 있는 대로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거죠."
기업들의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해야 될 주간 증권사들의 역할은 어땠을까.
최근 4년 간 상장 주간 업무를 가장 많이 맡아왔던 한국투자증권은 33곳 기업 중 15곳이 상장 직후 실적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율로 보면 IBK투자증권과 동부증권이 상장후 실적 급락 사례 비율이 가장 높았고 키움증권이 75%, 미래에셋증권이 67%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꼼꼼하게 상장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후 실적이 급락한 사례에 대해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시 실사를 담당했던 실무진이 이미 이적한 상태였거나 대답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전화인터뷰> 증권사 관계자
"말씀해 주신 분들은 다 이직한 것 같습니다."
"힘들어하세요. 시간도 많이 지났고…"
전문가들은 미래의 성장성보다 눈에 보이는 기업 실적 위주로 상장 여부를 평가하는 주간사들의 역할부터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화인터뷰>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지금으로서는 상장 요건을 맞추는 데 주간사들이 많이 집중하는 것 같아요. 주간사들이 게이트키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된다. 주간사들이 기업들을 탐방하고 기업들을 평가할 때 더 조심스럽게 평가하고…"
금융당국에서 IPO시장조성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자칫 규제 속에 자기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 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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