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류중일 감독이 경기 막판 역전을 허용하자 심란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사진 = 삼성 라이온즈) |
어수선해도 너무 어수선하다.
이제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은 프로야구에서는 적용되지 않다고 해도 무리는 없다. 최근 4년 연속 통합 우승,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시대를 이어갔던 삼성. 그러나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또한 회생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외국인 선수들과 주력 선수들이 복귀가 아닌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안지만은 또 다른 스캔들을 터트리더니 결국 해외원정 도박에 대한 판결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삼성은 곧바로 계약해지를 KBO에 요청하면서 안지만과 결별했다.
팀의 주축 선수가 완전히 전력에서 사라진 것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레온은 후반기 첫 등판에서 부상으로 강판됐다. 레온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지난 5월 26일 한국 무대 첫 등판 이후 부상으로 사라졌다가 거의 두 달 만에 1군에 복귀했으나 또 다시 부상을 당했다. 계속해서 문제만 발생하는 삼성. 감독도 선수들도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수선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고 수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냉정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삼성의 막강 불펜은 없다. 과거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주력 선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영광의 시절을 보냈던 이들 가운데 권오준만 유일하게 남았으나 주력 자원으로 보기 어렵다. 심창민이 마무리로 뛰고 있지만 아직은 확실한 마무리로 보기 어렵고, 안지만까지 사라지면서 삼성의 불펜은 보통이하가 됐다.
▲ 총체적 난국에 빠진 삼성(사진 = 삼성 라이온즈) |
지금은 리빌딩의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 1군에서 뛰는 불펜 자원들은 매우 부실하다. 어차피 새로운 자원들을 테스트하는 것과 기존 자원을 기용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완전히 물갈이를 할 수 없더라도 불펜으로 육성하는 자원들을 꾸준히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불펜만 재건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선발도 무너진 상황에서 불펜도 어느 정도 틀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향후 삼성은 부실한 마운드를 자랑하던 과거와 흡사하게 돌아갈 수 있다. 어차피 100% 리빌딩이라는 것이 KBO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하면서 불펜에 적합한 인물을 육성해내는 과감성도 필요하다.
또한 레온의 검진 결과에 따라서 굳이 되지도 않은 외국인 투수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레온이 고의적으로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한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 온 이후 행적은 기대를 접게 만든다. 여유가 없는 삼성이 막연히 기다려줄 수는 없다. 오히려 레온을 기다리는 것보다 국내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훌륭한 선택일 것이다.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선두 두산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우울한 일만 발생하면서 10개 구단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과연 삼성이 이 난국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