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후기 민중들의 새로운 미술 장르인 책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예술의 전당이 조선시대 후기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뇌와 삶을 엿볼 수 있는 ‘문자도책거리’ 전시회를 서예박물관 전관에서 진행 중인 것.
서예박물관 재개관을 기념해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현대화랑과 함께 18세기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친 조선 문자도·책거리 걸작 58점을 전시하고 있다.
조선미술은 후기와 말기에 들어서면서 피지배층인 민중이 그림의 새로운 생산자와 소비자로 참여하며, ‘문자도’, ‘책거리’ 같은 민화(民畵)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게 된다.
‘책거리’(冊巨里)는 ‘책가도’(冊架圖)는 물론이지만 서가(書架) 없이 책과 도자기, 청동기, 문방구, 화병 등이 함께 그려진 그림을 총칭하는데, 멀리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의 스투디올로(studiolo)에서 시작해 중국의 다보격경(多寶格景)을 거쳐 조선에서 새로운 장르로 진화했다.
지난달 11일 시작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는 다음달 28일까지 진행되며, 조선시대 궁중화, 민화 중 문자도文字圖와 책거리冊巨里 등 58점이 1, 2부로 나누어 공개된다.
이번 전시회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사립 뮤지엄과 화랑, 개인 등 20여 곳의 비장 걸작이 사실상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개관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예술의전당 이동국 부장은 “책거리와 문자도는 한 몸 같이 잘 어울리는 장르인데, 둘 다 문자와 책을 키워드로 학문숭상을 상징하고 있다”면서 “그런가 하면 그 이면에는 출세욕과 신분상승, 지적허영 충족으로 불타는 조선사회를 가장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조형언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그동안 책거리의 걸작으로 알려진 장한종의 `책가도`와 호피 속에 책거리가 그려진 `호피장막도, `유교문자도` 등이 한자리에서 일괄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이번 전시회 기간 중 부대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기간 중 매주 토·일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예박물관 1층 메인로비에서 한국민화협회 작가 및 지도교수들이 ‘만화그리기교실’을 진행한다.
국승한팀장 shkoo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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