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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이헌상 트루인베스트먼트 대표, 죽을 고비 두 번 넘고 70억원 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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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누가봐도 말끔한 금융전문가다. 스마트해 보이는 안경과 깔끔한 정장, 전문 진행자같은 어투, 그리고 명쾌한 분석은 시청자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영국 국민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날 와우넷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헌상 트루인베스트먼트 대표(43)를 만났다. 코스피는 장중 1900선 밑으로 떨어졌고 코스닥은 사이드카가 발동된 바로 그날.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패션도 예상 밖이었다. 핑크색 자켓에 뾰족뾰족 고슴도치 모양의 금장이 달린 빨간색 스니커즈는 흔히 말하는 `여의도 금융인`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리고 휠체어와 지팡이.. 사전정보가 없었더라면 크게 당황했을 지도 모른다.



그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주식으로 큰 돈을 벌기까지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졌다.


◇ 인생을 바꿔놓은 그날의 기억

"의식이 깼을 때는 911 응급차 안이었어요. 몸에 감각도 없고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었죠. 응급수술을 받고, 몰핀으로 고통을 참으면서 중환자실에서 누워있었어요. 72시간동안 병원 천장만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아, 이번 고비는 넘길 수 있을까?` 응급수술 후엔 쇠로 몸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비행기 여섯 좌석을 구입하고 들것에 묶여 한국에 왔습니다. 오자마자 20시간이 걸리는 큰 수술을 받았어요"

2002년의 일이다. 이헌상 파트너가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건. 괌에 놀러갔다가 호텔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했는데 수영장 바닥이 예상보다 낮았다. 그 때 목 뼈가 부러졌다. 함께 갔던 파일럿친구가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덕에 그를 물에서 건져 수영장 바닥에 반듯하게 눕혔다. 그 순간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기 전 이 대표는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영화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고 말했다. 너무 슬프게도 그 장면을 본 경험이 처음도 아니었다. 스무살 때 친구들과 함께 계곡에 놀러갔는데 폭포밑에 친구들이 빠졌다. 친구를 구하러 물에 뛰어들었는데 몸이 물 위로 떠오르지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친구가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에도 그는 20년간의 일생이 담긴 영상을 봤다고 했다. 친구는 마지막에 그의 발목을 놓아주었다. 그 폭포에서 두 명의 친구를 잃었다.

한국에서 20여시간의 수술을 끝낸 의사는 말했다. "평생 장애인으로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합니다. 손을 못쓸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당신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 3년간의 공백기 그리고 그를 일으킨 `황금바닥주`

손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는 주치의의 말도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사고를 당하고 3년 간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재활에만 전념했다. 어느 순간 손가락이 움직여지고 걸을 수도 있게 됐다. 이제는 먹고 사는 것이 문제였다.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그를 만들어 준 종목은 2007년 600~700원대에 매입한 바른테크놀로지라는 종목이다. 당시 3D대장주로 불렸다. 3D산업 발전에 힘입어 3천원대까지 올랐다.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300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투자한 회사의 가치를 믿었다. 그가 지금까지 강조하는 `황금바닥주`라는 확신이 섰다. 추가로 자금을 투입했다. 2009년 `아바타`라는 영화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이 대표도 대박이 났다.

이후 2014년 컴투스라는 종목으로 한번 더 대박을 쳤다. 당시 2만원 대로 가격이 내려앉았을 때 매수했다가 18만원까지 올랐을 때 처분해 지금의 경제상황까지 끌어올렸다. 두 종목으로 4억원을 투자해 약 70억을 벌었다.

이 대표는 `역발상`을 강조했다.

"주식시장은 다수가 돈을 잃고, 소수만 돈을 버는 시장입니다. 소수들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끝났다고 하는 종목, 밑바닥이라고 하는 종목을 저는 좋아합니다."


◇ "총알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은 버려라

이 대표의 주식인생에도 당연히 실패가 있었다. 처음 이 대표가 주식을 시작한 건 1999년말이었다. 2000년 닷컴 버블이 빠지기 직전 최고점에서 주식을 시작했다. 거품이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당시 그에게 상처를 안겨준 종목은 영남제분이었다. 하한가로 시작해서 하한가로 끝나는 `점하한가`를 5번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코스닥 지수가 2천 후반에서 500까지 떨어질 때였다.

"그 때는 총알부족 때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죠. 투자금을 늘렸어요. 결국 다 잃었죠. 돈이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될 때 돈이 벌리는 거죠."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그는 "잠시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잃은 돈은 잠시 은행에 맡겨둔 돈이라고 생각하고 잃은 돈을 다시 찾아올 작전을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인이 되면서부터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인천 토박이인 그는 공익근무요원 시절 영종도에서 인천공항 설립을 앞두고 땅투기꾼들을 단속하는 일을 했다. 부동산으로 돈을 어떻게 버는지 바로 옆에서 눈으로 본 것이다. 군 생활이 끝나자마자 그는 1년간 친구도 만나지 않고 부동산 재테크에 빠져들었다. 그 때 산 3천원짜리 5천원짜리 짜투리 땅에 지금은 리조트와 펜션이 들어섰다.

사고이후 그의 투자철학은 완전히 바뀌었다. 천천히 멀리가는 방법을 택했다. 다치기 전에는 매매도 잦았고, 빨리 목표에 닿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사고처럼, 시장의 변동 앞에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 많은 걸 잃은 뒤에 깨달았다. 젊은시절 시작했던 부동산 투자가 지금 큰 수익을 안겨준 것처럼 그는 주식도 멀리보고 변동을 이기면서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꾸준한 수익을 원한다면 지름길을 찾지 마라"
"좋은 종목을 사는 것보다 시장이 가장 바닥일 때 바로 `때`를 사라"

브렉시트 충격으로 전 세계가 멘붕에 빠진 그 날. 그만은 여유가 있던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 "나는 여전히 계단을 오르고 있다"

그는 훗날 꼭 자서전을 쓸 것이라고 했다. 자서전에 `계단`이라는 단어를 꼭 넣을 것이라 했다. 애써 올라야 했고, 어떨 때는 계단이 아니라 `벽`만 있는 것처럼 오르기 버거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올라보니 결국 `아주 높은 계단`이었음을 확인한 후 여전히 그는 또 다른 계단을 오르고 있다.

올해 그는 스킨스쿠버에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이 쯤되면 물은 쳐다보기조차 싫을만도 한데 장애가 생긴 후 못하게 된 것들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했다. 이미 등산은 도전을 시작했다. 다치기 전의 네배 이상 시간이 걸렸지만 지팡이를 짚고 산을 올랐다. 어찌보면 그는 스스로 계단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인천에 가장 유명한 육개장집, 주말엔 2천명이 드나드는 대형 포장마차를 운영해온 그는 이제 요식업을 정리하고 특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임대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에도 발을 들여놨다.

그에게 주식은 본업이다. 주식시장을 통해 사랑도 받았고, 돈도 벌었다. 돈을 벌 때마다 그에 맞는 기부를 해왔지만 주식으로 돈버는 `재능`도 기부하고 싶어 책도 냈다. 수익금은 모두 기부될 것이다. 계속 와우넷 파트너로 일할 것이고, 방송에서도 주식상담을 이어갈 것이다. 은퇴할 때가 되더라도 작은 동호회를 만들어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말할 정도로 그는 그의 일을 즐기고 있었다.



인터뷰 마지막 즈음 그는 10년 넘게 함께 해온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10년동안 지팡이에 의지하면서 해왔던 생각들을 마지막 인사로 풀어냈다.

"재활을 하고 처음 발을 디뎠을 때 1만5천원 주고 이 지팡이를 샀어요. 그 때와 비교하면 저는 지금 큰 돈을 번 자산가가 됐지만 얘(지팡이)는 여전히 1만5천원의 역할을 하면서 그자리에 있죠. 저도 주식시장에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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