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회사의 전 대표가 퇴직 이후 계약직으로 조용히 본사로 들어와 부장 아래 전무로 일하고 있는 회사, 상상이 가십니까?
바로 경영부실로 4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입니다.
회사는 임원 30%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뒤로는 꼼수로 임원진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인규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한 사업부.
부서장의 직급은 부장이지만, 부장 아래 부서원으로 전무급이 세 명이나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매각하기로 한 풍력발전 자회사, 드윈드의 전직 대표까지 부장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 임원의 존재는 공시에는 나타나지 않고, 그래서 인원 감축 대상도 아닙니다.
이들은 모두 `촉탁계약직`이기 때문입니다.
촉탁계약직은 회사가 공사 프로젝트와 같은 단기 목적을 위해 고용하는 인력들인데, 실제 이들 임원은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현재까지 자리를 보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프로젝트도 끝나고 했는데 나갈 생각도 안 하고, 1년 넘게 놀고 있는 사람도 있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곳에 배치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감이 떨어진 지금은 이마저도 불가능해 맡은 일 없이 출근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8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임원을 30%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변한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윗선의 모럴 해저드는 아래로도 이어졌습니다.
차장급의 한 직원은 허위 거래명세표를 만들어 8년간 회삿돈 1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검찰은 이런 부정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