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우리에 떨어진 남자아이를 구하려고 멸종위기종 롤런드 고릴라를 사살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릴라가 아이를 해칠 의도가 없었다”며 “사살은 과잉 대응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목소리도 있다고 CNN방송과 NBC뉴스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살던 17살 된 롤런드 고릴라 하람베가 총탄을 맞고 죽은 것은 전날 오후였다.
4살 남자아이가 고릴라 우리에 떨어지자 동물원 관계자는 하람베를 실탄으로 쏴 사살했다.
새인 메이너드 신시내티 동물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급박한 위험`에 처한 아이의 안전을 고려해 하람베를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취총을 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쐈어도 고릴라를 동요시켜 상황이 악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물원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과잉 대응이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인터넷에서는 28일부터 `하람베를 위한 정의`라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져 하루도 안 돼 8000 명이 서명했다. 29일에는 신시내티 동물원 앞에서 보이콧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인간의 무지와 부주의로 아름다운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자기 아이도 간수 못 한 부모의 아이를 보호하려고 하람베를 죽였다"는 비난 글이 쇄도했다.
특히 아이가 위험에 처할 때까지 돌보지 않은 부모가 멸종 고릴라 사살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논란은 하람베가 떨어진 아이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더욱 확산하고 있다.
당시 동물원 관람객이 찍은 동영상을 보면 하람베는 우리 해자에 떨어진 아이의 바지 뒤를 잡아당겨 해자 가장자리로 던진다. 고릴라는 이후 해자 가장자리로 가 아이를 자신의 몸으로 보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아이의 발을 잡고 연못 밖으로 끌어내는 장면도 영상에 찍혔다. 동영상에는 관객들이 함성을 지르는 소리와 "엄마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가 함께 녹음됐다.
한편 롤런드 고릴라는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에 약 300~400마리만 남는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