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IA 타이거즈 |
성급한 선택은 자칫 무리수가 될 수 있다.
KIA 타이거즈는 2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7-13으로 패했다. 문제는 경기 결과가 아닌 선수기용에 있었다.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재활에만 매달리던 선수들을 무리하게 기용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실전에서 결과까지 좋지 않다면 KIA 벤치는 선택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한기주는 반드시 선발로 기용해야 되나?
이날 선발로 등판한 한기주는 4.1이닝 동안 8피안타 4볼넷 5실점(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한기주는 지난 12일 kt와 경기를 끝으로 15일 만에 1군 무대에 등판을 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는 한기주의 책임보다 벤치의 거듭된 판단 미스다.
KIA는 선발 자원인 윤석민-임준혁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사실상 양현종-헥터-지크의 3인 로테이션으로 버티고 있다. 따라서 1군에 복귀한 한기주는 펑크 난 선발 자리에 들어올 수 있지만 최근 한기주의 피칭내용과 3시즌 가까이 1군에서 떠나 수술 후 재활에 몰두해 있던 투수였다. 이미 과거의 구속은 사라졌고,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참고로 27일 경기를 포함 최근 3경기에서 11이닝 동안 27피안타 5피홈런 23실점(자책)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18.82.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재 한기주의 선발 등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조건 유망주들을 기용한다고 해서 육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마운드에 돌아온 한기주는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뛰어야 하는 투수가 됐다. 또한 여전히 정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추격조로 기용하며 관리가 필요한 인물이다. 그런데 당장 선발이 구멍 났다고 해서 한기주를 계속 기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렵게 마운드로 돌아온 투수라면 현재 상황에 맞는 옷을 입혀주는 것도 코칭스텝의 능력이다.
돌아온 곽정철,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4월 2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을 알렸다. 곽정철은 2011시즌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나 무려 5년 만에 복귀했다. 팬들에게는 ‘사이버 투수’로 통할 정도로 오랜 기간 마운드를 떠나 있었다. 그랬던 곽정철이 복귀해 올린 2세이브는 팀이나 본인 팬들에게 매우 귀중한 세이브이자 반가운 기록이었다.
그러나 불운은 또다시 찾아왔다. 4월 5일 경기를 끝으로 손가락 혈행장애로 1군에서 제외됐다. 이후 한 달간 1군 마운드를 떠나 있던 곽정철은 지난 13일 복귀 후 첫 등판을 했다. 문제는 다시 복귀한 이후 설레게 했던 4월의 모습을 완전히 사라졌다. 27일 경기까지 5월 7경기에서 5.2이닝 동안 11피안타 2피홈런 6볼넷 4탈삼진 10실점(자책)으로 평균자책점 11.25를 기록 중이다. 7경기 가운데 단 1경기를 제외하고 등판 때마다 실점을 하고 있다.
지금의 곽정철이라면 박빙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등판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상황이다. 27일 NC 전에서도 1이닝 동안 4피안타 볼넷2개를 허용하며 4실점(자책) 마지막 추격의 의지를 박탈하고 말았다. 그런데 역시나 문제는 벤치의 선택이었다. 누구보다도 최근 곽정철의 상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벤치다. 물론 KIA 불펜이 튼튼하지 않지만 최근 좋지 않은 투수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결과를 떠나서 곽정철은 한기주 보다 더 오랜 세월을 보내고 1군 마운드에 다시 섰다. 그렇다면 무조건 자원이 없다는 이유로 등판 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게다가 혈행장애로 오랜 기간 1군을 떠나 있던 투수였다. 그렇다면 보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선수관리 차원을 넘어 팀도 승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KIA의 상황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을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성급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