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모(70)씨는 10대 시절 가출하고서 22년간 교도소에서 보냈다. 소매치기를 직업으로 삼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꼬리가 밟힌 탓이다.
52년 전 시작한 소매치기라 최근에도 `달인급` 절도 행각을 벌였지만 결국 잡히고 말았다. 사람 눈은 가볍게 속였으나 곳곳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감시망은 피하지 못했다.
홍씨가 처음 구속된 것은 18살이던 1964년이다. 고향인 경남 창원을 떠나 부산으로 간 그는 기차역 등을 전전하다가 자연스레 소매치기 조직에 들어갔다. 이후 범행 무대를 경주로 옮겨 소매치기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1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에도 소매치기단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되레 역할을 확대했다. 기계(금품을 빼내는 기술자)로 시작해서 안테나(망보는 사람), 바람잡이 등을 거쳤다. 3∼4명씩 조를 짜 대구와 부산, 구미, 경주, 포항 일대 재래시장과 버스정류장, 역사 등에서 남의 지갑을 훔쳤다.
훔치는 솜씨가 갈수록 늘어났지만, 꼬리가 긴 탓에 무려 12번이나 붙잡혀 죗값을 치렀다.
스무 살 때는 필로폰에도 손을 댔다. 이후 금지약물 복용 5차례, 장물취득 1차례 적발돼 처벌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12번째 출소하면서 `전과 18범`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칠십 평생 교도소에서 보낸 세월만 22년이다. 감옥을 제집 드나들 듯 들락거리다 보니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른다.
홍씨는 한동안 새로운 삶을 사는 듯했으나 끝내 도벽을 멈출 수 없었다. 지난 2일 울산 울주군 언양장터에서 다시 남의 돈을 훔친 것이다.
시장 손님인 박모(73·여) 점퍼 밖으로 지갑이 살짝 나온 것을 보고 반세기 동안 연마한 `기술`을 발동했다. 어깨를 부딪쳐 주의력을 떨어트린 뒤 눈 깜짝할 사이에 지갑을 빼냈다. 지갑에는 9만 8000 원이 들어있었다.
한 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여성의 지갑과 휴대전화까지 훔쳐 유유히 달아났다. 그러나 며칠 만에 덜미가 잡혔다. 범행 장면이 찍힌 CCTV를 보고 추적한 경찰관에게 검거된 것이다.
홍씨는 경찰서에서 참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는 "감옥에서 20여 년을 보내는 동안 동생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아흔 노모만 남았다"며 "다시 들어가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은 홍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