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환율조작 여부의 `관찰 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재무부는 미국을 상대로 상당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해당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개입을 하는 3가지 기준을 새로 도입해 주요 교역대상국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조작했는지를 판단했다.
이들 세 가지 기준 모두를 충족할 경우 환율조작국에 해당하는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되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목된 나라는 없었다.
관찰 대상국이라는 범주 역시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한국의 경우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에 해당하지만 세 번째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3월 사이에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응해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간섭에 나섰다"며 이 사례가 "과거 몇 년간의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비대칭적인 개입에서 벗어난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한국이 무질서한 금융시장 환경에 처했을 때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하고,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는 "한국 정부 당국이 내수 지지를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는 "중기적인 원화가치 상승은 한국이 지금의 지나친 수출 의존에서 (경제 기조를) 선회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들 중 중국과 일본,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역·경상수지 불균형 요건이 적용됐고, 대만의 경우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 요건과 무역수지 불균형 요건이 적용됐지만 경상수지 불균형 요건에 맞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에 대해 "미국과의 양자 무역과 경상수지 모두에서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다"며 "중국은 지난해 8월 환율정책의 급작스러운 변화에 따라 강한 시장 하방압력이 촉발된 이후 런민비(RMG)를 지지하기 위해 최근 몇 달간 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지적하고 "더욱 분명한 환율목표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문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모든 관련국이 환율정책과 관련한 주요 20개국(G-20)과 주요 7개국(G-7)의 약속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관찰 대상국의 경제 동향과 외환정책을 긴밀히 관찰하고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 재무부는 이번에 심층분석대상국 요건에 해당하는 나라가 없었던 점이 "지난 약 1년간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 현상을 반영한다"며 "이는 앞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심층분석대상국 지정) 요건에 맞아들어갈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의 이번 환율보고서는 최근 개정된 미국의 `무역촉진진흥법`(BHC수정안)에 의해 작성됐고, 기존의 반기별 환율보고서를 대체하는 성격을 가진다.
개정된 이 법률에는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에 대해 미 정부가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이런 요구가 이뤄진 지 1년 이후에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국가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금지할 수 있다는 등의 제재 조항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관찰대상국`에 대한 규정은 개정 무역촉진진흥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지난해 2.4%포인트의 견고한 성장을 이뤘지만 다른 선진국들의 경제는 실망스러웠고 신흥시장의 경우 낮은 공산품 가격과 교역 성장의 둔화, 내부주기의 역학으로 인해 상당한 역풍을 맞았다"고 평가하고 "올해는 대외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전망"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