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자 마켓노트> 원유 생산량 동결…유가회복 `청신호`?
<앵커>
세계 주식시장, 물가와 성장률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국제유가가 다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간밤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이 동결 합의에도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현지시간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과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이 원유 생산량을 올해 1월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 소속인 카타르, 베네수엘라도 이번 생산량 동결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원유 공급량이 더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하락한 건데요.
몇 가지 이유를 짚어보면 먼저 `감산`이 아니라 `동결`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명백히 석유수출국기구의 맹주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셰일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감산에 부정적이었고, 러시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우디는 저유가로 인한 재정적자에 대비해 8년 만에 국채를 발행하고, 실탄 확보에 나설 정도인데요.
더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풀려난 뒤 증산 방침을 고수하는 정치적 라이벌, 이란과 경쟁에서도 우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에울로지오 델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오늘 이란, 이라크와 산유량 동결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지만, 긍정적 답변이 없다면 감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또 간밤 유가를 반락시킨 원인은 이번에 동결하기로 한 1월 수준의 생산량입니다.
산유국들의 하루 생산량은 3200만 배럴에 가까워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 자료를 보면, 올해 미국내 원유 생산량은 하루 920만 배럴로 작년보다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칠 전망입니다. /전년(970만배럴)
논란이 되고 있는 이란은 이미 원유 수출을 재개한 상황이고, 6개월 안에 하루 생산량을 200만 배럴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산유국간의 치킨게임으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겁니다.
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정위기가 고조되는 러시아까지 나섰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을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는 6월 석유수출국기구 OPEC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이번 동결 조치 후 석유수출국들이 감산에 합의할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그럼 어떨까요?
여러차례 짚어드린대로 정유업체들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석유제품의 수요는 늘고, 제품가격도 그대로다보니 수익성이 크게 늘어난 걸로 추정됩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이익이 재작년 배럴당 4.11달러에서 지난해 6.24달러로 올라섰고, 정유업체들의 작년 합산 영업이익은 5조 원에 달합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의 재정 악화로 수주량이 1/3로 줄고, 항공사들은 환율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봤습니다.
적어도 반년간은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제유가. 더구나 이번 합의는 잠정 합의입니다. 석유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재정난에 허덕이는 러시아, 이들을 둘러싼 지정학적인 갈등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마켓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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