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애 기자] 날개 단 강동원과 중심을 지킨 황정민의 연기 균형은 완벽했다. 어울릴 듯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배우의 조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 ‘검사외전’이 2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쓴 검사가 교도소에서 만난 꽃미남 사기꾼을 이용해 복수극을 계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해 ‘히말라야’와 ‘검은 사제들’로 극장가를 휩쓴 황정민과 강동원의 첫 호흡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는 자신이 조사하던 피의자의 죽음으로 누명을 쓰고 15년 형을 선고받은 검사 황정민(변재욱 역)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들의 법적 문제를 처리해주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이후 교도소 안에서 자신의 사건과 연관된 전과 9범의 사기꾼 강동원(한치원 역)을 만난 황정민은 그의 출소를 도와 밖으로 내보낸 후,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이들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줄거리만 보면 범죄 느와르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영화는 오락적인 요소에 더 무게를 실었다. 그리고 이같은 오락적 코드에서 강동원의 활약은 일당백이다. 극중 펜실베니아 주립대 출신 엘리트부터 검사 등 다양한 인물을 사칭하는 그는 어설픈 영어 연기와 허세 가득하고 능청스러운 눈빛으로 매 등장마다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 가운데 황정민의 묵직한 연기력이 극의 무게를 잡아준다. 극중 유능한 검사 출신의 죄수 역을 맡은 그는 특유의 비상하고 침착한 연기로 차분히 극을 이끈다. 조연들의 연기도 빈틈이 없다. 극중 야망을 가진 베테랑 검사로 오랜만의 악역에 도전한 이성민과, 황정민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박성웅의 날카로운 캐릭터 연기 역시 관전 포인트다.
지루할 틈 없이 치고 들어오는 조연들의 활약도 인상 깊지만 명백히 극의 중심 축인 황정민-강동원의 `케미`가 생각보다 강력하다. 사실 영화계에서 이같은 버디물이 신선하거나 희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성 강한 두 캐릭터가 협력과 갈등 상황을 겪으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버디물은 특유의 `사이다` 매력 덕분에 꾸준히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장르이기도 하다.
‘검사외전’ 역시 버디 무비의 전형을 따른다. 두 인물이 만나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얽히게 되고,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탄생한다. 여기까진 다른 버디물과 비교해 새로울 점이 없다. 하지만 ‘검사외전’이 갖는 차별성을 꼽자면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호흡한다는 점이다. 황정민이 교도소 안에서 큰 틀을 짜면, 강동원은 밖에서 그의 지시대로 미션을 수행한다. 이 같은 구성은 자칫 ‘따로 논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법도 한데, 황정민-강동원의 독보적인 존재감과 연기력은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용두사미’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감독이 제작보고회 당시 언급한 ‘영화적 허용 범위 내’의 비현실적 장치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무엇보다 황정민이 5년씩이나 준비한 복수극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결국 허무할 정도로 쉽게 해결된다. 생각보다 치밀하지 못한 작전 역시 통쾌한 결말을 이끌기엔 무리가 있다. 2월 3일 개봉.
(사진=
쇼박스, 영화 ‘검사외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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