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저유가에 따른 수익 악화와 부채 증가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 석유회사들의 연쇄 파산이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수출형 리파이너리(Refinery)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은 수익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22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58개 석유회사가 대규모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신청했다.
이중 셰일오일 혁명을 이끌며 최근의 저유가 상황을 촉발시킨 미국 회사가 40개로 10곳 중 7곳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유가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자금 확보가 어려운 투자등급 B 이하 석유회사들이 올해 지급불능 상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고 피치(Fitch)는 에너지 회사들의 부도율이 1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신용평가사인 래피드 레이팅(Rapid Ratings)은 전 세계적으로 재무건전성지수(FHR)가 낮은 200여개 석유회사가 파산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견실한 사업구조를 보유한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저유가 장기화로 인해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석유자원개발 사업이 주가 되는 업스트림(상류) 부문과 원유를 투입해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하류) 부문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때는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광구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업스트림 부문이 다운스트림 부문 실적을 압도했다.
그러나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쉘이 지난 3분기 업스트림 부문에서 86억4,3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엑손모빌과 토탈, BP, 셰브론 등도 주력인 업스트림 부문의 수익이 다운스트림 보다 줄어드는 등 고전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 정유업계의 상황은 좀 다르다.
2014년 말 이후 지속된 저유가 상황은 기본적으로 원유를 사들여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다시 내다 파는 수출형 리파이너리 구조를 가진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설비와 기술은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된다. 전체 매출의 70%를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3분기까지 올린 영업이익은 총 4조509억원에 달한다.
연간으로는 5조원이 넘는 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에 따라 원유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산유국과 석유개발 비중이 높은 석유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있다"며 "반면 국내 정유업계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견조한 수요, 개선된 정제마진 등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