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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못 간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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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못 간다고 전해라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요즘 유행하고 있는 `100세 인생`이라는 노래다. 노래가사 속에 담긴 장수(長壽)에 대한 바램이 노랫가락만큼 짠하다. 지난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2.4세로 0.5세가 일년 새 늘었다. 남자는 79.0세, 여자는 85.5세로 여전히 여자의 수명이 6.5년정도 길다. 이제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 남자 기대수명이 가장 긴 스위스와 대비해서 1.7년 짧고, 여자기대수명이 가장 긴 일본과 대비해서 1.1년 정도 짧은 사실상 장수국가로 등극하고 있다. 실제 1970년에 태어난 신생아보다 올해 태어난 남자는 20.3년, 여자는 19.9년이나 더 살게 되어, 45년만에 한국인들은 수명을 20년이나 늘렸다(통계청. 2015). 이런 속도로 가면 10년후엔 기대수명이 85세를 훌쩍 넘을지도 모른다. 이마저도 지금 갓 태어나는 0세 기준이니, 산전수전 다 겪으며 위험한 고비를 넘긴 지금의 시니어세대에겐 사실상 100세시대가 열린 거나 다름 없다.

이러한 장수추세는 3대 거짓말 중에 하나인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를 정말 거짓말로 만들고 있다. 30대의 희망수명이 81.9세, 40대 희망수명은 83.7세인데 반해 50대의 희망수명은 85.7세로 나이가 들수록 더 오래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 2015). 실제로 오래 살기 시작하면서, 장수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장수트렌드는 빠른 속도로 노령화를 촉발하여 노령화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노령화지수는(14세이하 인구에 대한 65세이상 인구의 비율) 94%로 노인과 어린아이의 비율이 거의 1 : 1 수준이지만, 2060년에는 393%로 이 비율이 어린아이 1명당 노인 4명꼴로 사회가 구성이 된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이 노령화지수가 76%에서 124%로, 일본이 205%에서 288%로 변화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가히 `노인의 나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구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노년부양비의 상승을 촉발시킨다.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당하는 노인(65세이상 인구)의 비중을 나타내는데, 올해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18%이다. 즉 일하는 성인 5명이 대략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그러나 2060년에는 이 비율이 81%로 급증하여 일하는 성인 5명이 노인 4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 된다는 것이다. OECD국가중에서 거의 독보적인 1등이다.

미래도 걱정이지만, 지금 당장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로(통계청. 2014. 은퇴연령층 가구기준) OECD국가중에 꼴찌이다. 즉 우리나라 평균소득의 50%에도 못 미치는 은퇴연령층가구가 절반 정도 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2인가구의 평균소득인 265만원의 50%인 132만원 이하로 소득을 올리는 은퇴연령층의 가구가 절반이라는 얘기이다. 금액기준으로는 평균소득의 60% 수준으로 역시 OECD 꼴찌이다. 비록 노인빈곤율이 2013년에(52.9%) 비해 줄어들었고, 정부정책효과까지 보태서 낮아지고 있지만, OECD평균에(12.6%)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

그래서인가? 한국사람들의 실질퇴직연령은 72.9세로 OECD기준 최고 수준이다. 일본 69.3세, 미국 65.9세뿐 아니라 중국 63.3세 등 거의 모든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오랫동안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주된 직장에서 퇴직을 한 후 추가적인 소득을 얻기 위하여 더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런 현상들은 연령대 고용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미 2013년에 60~64세의 고용률이 20대의 고용률을 넘어섰으며, 2014년에는 50대의 고용률이 40대를 역전해버렸다. 물론 55세이상 고령자들의 일자리 질은 높지 않다. 주로 부동산임대나 시설관리와 같이 저임금 일자리가 전체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50대 이후 낮은 수준의 임금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고령층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기대수명이 실제로 늘어나면서 100세시대는 사실상 열렸고, 미래의 노령화지수나 노년부양비도 가히 공포스러운 수준이다. 그러나 더 걱정인 것은 당장의 현실이다. 노인빈곤율은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최악의 수준이다. 은퇴연령층의 소득도 최저수준이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일에서 손을 떼는 나이는 거의 73세이다. 이게 지금의 시니어세대인 50세 이상에게만 적용되는 걸까? 당연히 이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즉 40대는 물론 20~30대도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20~30대는 3층연금만 잘 가입하고 꾸준히 관리를 한다면, 노후에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40~50대이다. 그러나 이들도 연금 등 노후준비에 재무적 역량을 집중하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들이 있다. 우선 연금저축계좌라는 `그릇`(vehicle)을 꼭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펀드, 보험, 신탁 등 어떤 금융상품이든 이 그릇 속에서 관리를 하면 탁월한 절세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이는 사적연금을 활성화하여 국민들의 노후복지를 안정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해부터는 상품별로 나눠져 있는 연금저축계좌를 `개인연금계좌`로 통합한다고 하니 더욱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연금저축계좌라는 그릇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맥클(MGCL)하라` 이다. 먼저 `중위험 중수익(Medium)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이제 1%대의 초저금리 시대이다. 이자를 받아도 물가상승률에 세금을 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다. 이자수익을 연금처럼 받아 노후를 보내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1% 금리로 투자금액을 두 배로 만드는 데는 69년이 걸린다. 그러나 4% 수익률이면 17년으로 확 줄어든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고려한 중위험 중수익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자산이 증식된다.

두 번째는 `글로벌`(Global)상품으로 나의 연금 포트폴리오를 확장시켜야 한다`. 저성장, 저금리시대를 맞이한 한국으로만 투자범위를 한정시키면 안된다. 성장기에 들어선 국가든, 원자재이든, 환율이든 투자할 곳이 너무 많고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은 채권도 많이 있다. 글로벌상품에 투자해야 중수익도 사실상 가능해 진다.

세 번째는 `절대로 깨면 안 된다`(Continous). 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은 지속성이다. 작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불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금보험의 경우 조기에 해지하면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개인연금은 절대로 중간에 깨면 안 된다. 그 순간 도루묵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네 번째는 `장기투자`(Long-term)해야 한다. 단기에 투자하는 상품은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크고, 상황에 따라 수익률변동도 심하다. 그리고 계속 롤오버 등 관리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개인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장기적인 상품에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연금의 기적과 같은 효과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30~40년 후에 나타난다. 단적으로 40세부터 개인연금을 가입한 후 20년간 매월 20만원씩 불입하면, 60세부터 30년간 매달 27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수익률 3% 기준).

`연금저축계좌`라는 그릇에 `맥클(MGCL)`이라는 요리법으로 우리의 노후를 담아내 보자. 한국인의수명도 사실상 100세시대로 접어들었고, 치솟는 노령화지수나 세계최고수준의 노인빈곤율도 무섭다. 그러나 미래는 착실히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이 행복해질 수 없는 요인은 더욱 아니다.

이제 새해다.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준비한 후에 이런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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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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