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초부터 가파르게 미끄러지면서 장중 1배럴에 30달러선까지 무너졌다.
한 때 `검은 황금`으로 불리던 원유가 순식간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은 수년째 지속한 공급량 증가와 함께 중동지역 불안, 중국 경기둔화, 달러 강세 등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산유국의 점유율 경쟁이나 중동 국가들의 갈등, 중국 경제 모두 단시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법 없는 악재 속에 국제유가가 1배럴에 1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공급 과잉·중동 갈등·强 달러·중국 경제…원유시장 가시밭길 저유가의 가장 큰 주범으로는 공급 과잉이 첫 손에 꼽힌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미국은 셰일 오일을 개발하면서부터 급격히 늘었다.
셰일 오일은 바위 속 유기물을 분해·추출한 원유다.
시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지하수 오염 우려도 있어 초창기에 논란을 불렀지만,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개발 붐을일으켰다.
셰일 오일 개발 이후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최근 6년 동안 두 배로 치솟았다.
그간 미국에 원유를 수출해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국가들로서는 셰일 오일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었다.
미국 시장에 원유를 수출하던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은 아시아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했고, 원유시장 점유율도 점차 잠식당했다.
급기야 OPEC은 2014년 11월 일부 회원국의 반발을 꺾고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유가 하락을 무릅쓰고 점유율 지키기에 나선것이다.
원유 공급이 급격히 늘면서 수요를 훌쩍 앞질렀고 2014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1배럴에 100달러까지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계속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9,690만 배럴로 수요량인 9,540만 배럴보다 약 150만 배럴이 더 많았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연초부터 중동 지역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이 갈등을 빚는 것도 악재다.
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산유량으로는 세계 5위인 이란이 단교를 선언하면서, OPEC이 가까운 시일 내에 원유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은 "이란이 원유 시장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면 이란만 좋다는 인식이 있다"며 "중동 상황이 꼬이면서 감산 합의는 고사하고 사우디에서 (립서비스) 코멘트가 나올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새해 들어 국제유가는 18%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두드러진 달러 강세 현상이 유가 하락에 일조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유는 대표적인 달러 표시 원자재로, 달러가 강세를 띠면 미국 이외 나라의 구매자가 볼 때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원유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도 함께 하락한다.
`세계의 시장`이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1,130만 배럴을 소비하는 등 전 세계 원유소비량의 12%를 담당하는 국가다.
경기 둔화 자체가 수요 감소로 직결될 뿐만 아니라 수출 증진을 위한 위안화 절하조치가 달러 강세를 불러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 국제유가, 바닥은 어디…SC은행, 10달러 관측까지 국제유가가 2014년 중반 1배럴에 110달러 선에서 불과 1년6개월 만에 70% 하락하자 유가 저점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종전까지만 하더라도 유가가 1배럴에 30달러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마저도 깨지면서 투자은행 사이에서는 한층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이번 주 들어 바클레이스와 맥쿼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 소시에테제네랄 등이 유가 전망을 낮췄다.
여러 투자은행 가운데 최악의 전망을 한 곳은 스탠다드차타드(SC)였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다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측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국제유가가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국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1배럴에 16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유가가 일시적으로 2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모건스탠리도 달러 강세를 이유로 들며 이 같은 전망에 동조했다.
모건스탠리는 특히 통화가치 변동에 주목하며 "달러 가치가 5% 오르면 유가는 10~25% 떨어진다"며 유가가 1배럴에 20달러까지 내려갈 수있다고 예측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기점으로 유가 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컨설팅회사 FGE의 페라이둔 페샤라키 회장은 "향후 몇 달 안에 이란 원유 수출이 시작되면 유가는 1배럴에 25달러까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유가 저점뿐만 아니라 올해 전체 유가 전망도 어두워졌다.
BoA는 올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전망을 1배럴에 48달러에서 45달러로 낮추고, 브렌트유 전망도 50달러에서 46달러로 끌어내렸다.
BoA는 "(1월 첫 주말에) OPEC의 가격 경쟁이 격화됐으며 이란 원유가 수출을 앞두고 있고, 중국 위안화가 절하 움직임을 보인다"며 국제 유가 악재들을 짚었다.
하지만 투자은행들은 국제유가가 1분기 저점을 기록한 이후에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블룸버그 유가 전망 집계에 따르면 투자은행 38곳이 내다본 올해 1분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평균 가격은 1배럴에 43.89 달러였다.
이후 2분기에는 47.41 달러, 3분기 52.38달러, 4분기 56.30 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투자은행들은 예측했다.
이 같은 상승 폭에 힘입어 내년 2분기에는 1배럴에 58달러 이상까지 웃돌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