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선 언뜻 ‘게’(crab) 종류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투구게는 ‘게’보다는 전갈이나 거미에 가까운 ‘절지동물’이다. 4종으로 구분되며, 종에 따라 생김새가 약간씩 차이난다. 그러나 모두 생태학, 형태학, 혈청학적 측면에서 유사하다. 그 중 3종은 동남아시아에, 1종은 북아메리카 동부에 산다. 특히 일본과 중국 남쪽에 주로 사는 ‘세가시투구게’는 1997년 우리나라 우도 앞바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투구게는 사람 등 대부분의 포유류와 다르게 피가 새파랗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할 때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아닌 ‘헤모시아닌’(Hemocyanin)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구리를 기반으로 하는 헤모시아닌은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색을 띤다. 반면 철 성분이 포함된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만났을 때 빨간색으로 변한다. 헤모시아닌은 산소압이 낮고 추운 환경에 적합한 운반체다. 결국 투구게의 파란 피는 깊은 바다에서 살아 가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투구게의 피는 단순히 색으로만 눈길을 끄는 게 아니다. 세균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혈액 속 면역 체계는 인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투구게의 피는 그람음성세균을 만나면 곧바로 응고된다. 그람음성세균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균들로 대장균, 살모넬라균, 콜라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투구게 피의 이 같은 면역 반응은 오늘 날 인간의 몸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주사액 등으로 그람음성세균에 감염됐는지를 검사할 때 사용된다.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 소속 박세인 아쿠아리스트는 "매년 수천 마리의 투구게가 시약을 만들기 위해 강제 헌혈을 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15%는 스트레스로 목숨을 잃는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