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민 기자]2016년, 원숭이 해인 병신년까지 보름도 남지 않았다. 내년 결혼식을 예정하고 있는 예비 신랑신부라면
한창 들떠 있을 때다.
그러나 결혼준비를 해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겠지만, 들뜬 마음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날짜를 잡는 것에서부터 양가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양가에서 받아온 날짜가 다른데 서로 고집을 부리며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경우부터, 날짜부터 서로 원하는 웨딩홀, 시간까지 전부 달라 결정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 결혼 가능한 시간대가 전부 마감되며 쩔쩔매는 사례 등 다양하다. 이 모든 문제는 사주 등에 근거한 `택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흔히 결혼식이나 이사 등을 `손 없는 날`이라고 하는 날에 치르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 `손`이란 과거로부터 전해내려온 민간 신앙에 근거한 것으로, 동서남북을 다니며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는 존재라고 생각돼 왔다. 때문에 이러한 손이 없는 날에 가급적이면 대소사를 치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손 없는 날이 더 행사를 치르기 힘든 날이 돼 버렸다. 웨딩홀부터 이삿짐 센터까지 순식간에 예약이 끝나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랑 신부의 사주까지 봐서 양가에서 날짜를 받아온 데다, 결혼식 날이 반드시 손없는 날이기까지 해야 한다면 원하는 날짜를 잡기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말에 맞춰야 하고, 식구들 각자의 개인 사정에도 맞춰야 하고, 길일뿐만 아니라 길한 시간까지 따지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자칫하면 1년 365일 중 결혼식을 할 수 있는 날이 하나도 없는 황당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웨딩 및 파티 전문 복합문화공간 파티오나인 관계자는 "현대 사회에서도 결혼을 앞두고는 아직도 사주와 궁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른바 손 없는 날이 주말이기라도 하면 거의 1년 전부터 예약이 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생각하면 굳이 이렇게 인기인 `손 없는 주말`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예약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모두가 원하는 때인 만큼 혜택 면에서는 오히려 가장 박한 때이기도 하다. 초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만큼 그야말로 `기본` 외에 추가되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반면, 손없는 날도 아니고 주말도 아닌 평일 예식을 택하는 경우 원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예약은 수월하고 혜택은 많다. 웨딩홀마다 다르지만 꽃 장식 업그레이드부터 케이크 증정, 웨딩 축하공연 제공, 식대 할인 등 매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신세대 신랑 신부들은 이런 날을 골라 하객 수가 적고 가족적인 하우스 웨딩을 간소하게 치르는 식으로 알뜰하게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이 파티오나인 관계자의 말이다.
파티오나인 관계자는 "양가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양쪽 모두 꼭 피해야겠다 싶은 날짜나 상황을 뺀 뒤에는 지나치게 `손 없는 날` 등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결정하는 게 좋다"며 "다년간 많은 결혼식을 진행했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따지지 않고 결혼식을 올린 많은 커플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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