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9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한국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기본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일단 외환보유액과 경상흑자 등 지표가 견고한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가 이미 상당 부분 금융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의 폭을 정확히 예단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여전한 모습이다.
정부는 직후인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해 국내외 시장동향을 점검하고 신속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 가시지 않는 `셀 코리아` 자본유출 우려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시장에 유입됐던 자본이 유출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쫓아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큰 충격을 받아 경제 전반이 휘청일 수도 있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외국인 자금 이탈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최근 `팔자`로 돌아서면서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지난 11월 한 달간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 1조1,6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시장은 환율과 금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미국 금리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글로벌 시장이 받을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고, 신흥국 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달러에 연동시킨 `위안화 페그제` 폐지를 시사하면서 중국발 환율전쟁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 "펀더멘털 좋아 외려 외국인 자금 유입될 수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비교적 좋다는 평가를 받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오히려 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기준으로 3,684억6천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인데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0% 초반으로 양호한 편이다.
또 올해 10월까지 경상수지는 44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등 기초여건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튼튼한 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도 1천억 달러에 달하는 등 외환위기 방지 시스템이 예전보다 상당히 견고하게 구축돼 있다.
얼마 전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국내 금리가 신용등급이 유사한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신흥국을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한국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매우 양호한 외환건전성을 보이고 있으며 금리수준도 높다"며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글로벌 투자자금은 매력적인 투자처인 한국으로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파고에 한국이 쉽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과거 사례에서도 찾는다.
1994~1995년과 2004~2006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당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정부 `시장 안정화 카드` 바로 빼들 준비 태세
정부와 금융당국은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 등 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견실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16일 합동 시장점검회의에서 "올해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 규모는 과거 10년 평균과 양적완화 축소 이슈 시기와 비교했을 때 낮은 상태"라면서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한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는 당장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과 대내 건전성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돼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미국 연준의 금리전망 등을 감안하면 과거 1994년이나 2004년 인상 때보다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그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신흥국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 미국 성장이 제약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한국도 직간접적 여파를 피할 수없기 때문에 외환·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달러 강세가 심해지면 변동성 완화에 나설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유출 상황을 보고 필요하다면 외환·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 유출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유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로 정책을 바꾼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유출은 한국보다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 중심으로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경우 신흥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더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수출기업에 대한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야 하고 환변동 보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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