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 간의 경쟁이 뜨겁습니다.
구글과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산업 간 경계도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는데요.
미래 먹거리로도 손꼽히는 자율주행차 시장의 현 주소와 미래 그리고 우리 기업들의 과제는 무엇인지 임원식, 신인규, 문성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영상]
"BMW, PICK ME UP!! (BMW, 날 데리러 와!!)"
지금 보시는 화면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 CES에서 삼성전자와 BMW가 함께 선보인 스마트카입니다.
스마트워치에 대고 데리러 오라고 하니까 주차돼 있던 차가 스스로 시동을 걸고 운전까지 해서 찾아오는 모습인데요.
왜 가전 전시회에 이렇게 자동차가 등장했을까요?
최첨단 스마트 기술들의 집약체가 다름 아닌 스마트카 즉 자율주행차이기 때문입니다.
전자·IT업계의 맹주,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IT는 물론 기존 자동차 업계도 함께 술렁이고 있는데요.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생존 게임이 닻을 올렸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지난 1980년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IT부품 비중은 고작 1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서 IT부품 비중은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5년 뒤면 자동차 부품 둘 중 하나는 IT부품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시장 역시 급격하게 커지는 추세입니다.
매년 100억 달러선을 맴돌던 차 부품업계의 M&A 규모는 올해 7월까지 5백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즉 이 자율주행차 산업에 기존 자동차 회사는 물론 삼성과 LG, 구글과 애플 등 전자·IT 회사들의 운명까지 함께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하겠습니다.
[인터뷰] 이가근 / KB투자증권 연구원
"구글은 2019년, 애플은 2020년에 (자율주행차) 도입을 하겠다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전체적으로 밸런스(균형)를 맞춰나가기 위해서 좀더 빠르게 대응을 하는 게 아닌가."
바야흐로 IT기업이 자동차를 만들고 반대로 자동차기업이 반도체를 만드는 시대가 온 겁니다.
이렇게 산업 간 경계마저 허물 정도로 중요해진 자율주행차,
현재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고 앞으로 어디까지 파급력을 갖게 되는 걸까요?
신인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 만으로 자동차가 사람 앞으로 직접 다가옵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차가 알아서 갈 길을 판단하고 운전합니다.
차가 전방을 인식해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기술은 이미 부주의한 운전자보다는 훨씬 더 정교한 수준입니다.
마치 커다란 스마트폰을 타고 도로를 달리는 것과 다름없는 시대가 어느새 눈 앞으로 다가온 겁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는 차를 일컫는 자율주행차는 앞으로 거스를 수 없는 자동차 산업의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터뷰] 이항구 / 산업연구원 박사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75%에 달하는 모델들에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전장 부품이 아주 중요해집니다.
그동안 자동차가 갖지 못했던 두뇌와 눈, 그리고 새로운 장치들이 모두 전장부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부품에는 자동차의 눈인 카메라와 두뇌인 차량용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고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을 통해 투자하기로 한 2조 원 가운데 대부분을 자율주행용 칩 개발에 쏟을 계획입니다.
현재 342조 원 규모의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은 2020년 434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5년 안에 100조 원에 가까운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입니다.
[스탠딩]
이렇게 자율주행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로운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산업계가 경계를 허물고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자율주행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또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선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지 문성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실시간 교통 정보와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자동차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등을 차지한 LG전자.
차 부품을 개발하는 계열사 `V-ENS`를 모태로, 지금의 VC 사업본부라는 전담조직 출범하기까지,
10여 년 넘게 자동차 부품 사업에 공을 들인 결과입니다.
[인터뷰] 조중권 / LG전자 홍보팀
"가전분야에서 확보한 핵심기술을 자동차 기술에 접목시키는 것 외에도 15년 정도 자동차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을 공급하면서 자동차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러나 삼성과 LG 등 국내 IT기업들의 자율주행차 개발 수준은 아직 초보 수준.
자율주행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와 센서, 배터리 등에선 뛰어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가 약한 게 가장 큰 약점입니다.
구글과 애플이 전용 운영체제를 개발해 전세계에 보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기업들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LG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고, 삼성의 운영체제 타이젠은 시험단계에 수준입니다.
세계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자율주행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자칫 IT 부품 공급 수준에만 머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윱니다.
판로 확보도 넘어야할 장애물입니다.
IT기업의 자율주행차 시장 진출을 경계해 완성차 업계가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산업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국내 기업끼리 협력하면 글로벌 기업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면 현대차가 만든 완성차에 삼성과 LG가 내비게이션과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장부품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인터뷰] 김필수 / 대림대학교 교수
"적과 아군이 구분이 안 되는 시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은 기본이고요. 국내에서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합종연횡이라든가, 제휴라든가, 공동개발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오는 2035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743조 원에 이를 전망.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우리 기업들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문성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