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기자] 오빠들은 계속 태어난다. 진짜로.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소녀떼`도 계속 태어나고 있다는 것. 급식 먹던 시절에 태어난 갓난쟁이와 같은 오빠를 사랑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그러다보니 풍선 들고 몸빵으로 오빠를 지키던 것은 어느덧 고리짝 문화가 돼 버렸다는 슬픈 소식. 이제는 스마트하게 오빠들을 지킨단다. 그래서 살펴봤다. 팬문화 변천사,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 풍선 VS 야광봉
비둘기 날개짓하는 소리는 이제 없다. 주경기장을 휘감던 수 천 개의 비둘기, 아니 풍선은 어느덧 사라지고, 세련된 야광봉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스틱 형태를 비롯해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제작된 야광봉을 흔드는 것이 바로 요즘. 형태도, 색도 다양하다 보니 흰색은 H.O.T, 하늘색은 god, 주황색은 신화를 외치던 `색깔론`도 점차 잦아들고 있는 것이 추세라고 한다.
▲ CD·테이프 VS 음원
앨범은 내 가수를 `1위 가수`로 만드는 주요한 척도. 그러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앨범 뿐만 아니라 음원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다. 음원이 없던 시절, 그저 앨범만 사면 됐으니 이 얼마나 안락한 팬질인가. 물론 앨범 점수에 0.5점 반영된다는 카더라가 돌던 `카페트 테이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앨범 한 장이 CD로 나오던 시절도 어느덧 지나버렸다. 비디오 테이프 형태, 화보집 형태 등등 앨범의 변신은 계속 돼 왔다. CD 앞면에 든 앨범 책자로 가사와 땡스투를 보던 소소한 즐거움에서 보는 즐거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 놀라지 마라. 앨범이 맞다.
▲ 비디오 테이프 VS DVD
오빠들의 콘서트가 끝나면 더 생생히 기억하지 못하는 내 뇌를 탓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연을 담은 영상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 참트루. 오매불망 `콘서트 테이프`가 나오기를 기다려 본적이 있다면? 1세대 아이돌의 팬이 분명하다. 비디오 테이프는 움직이는 오빠들을 감상하기 위한 전매특허 매개체.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돌려보며 뻐렁치는 팬심을 표출하던 기억은 그 시절, 그 때의 향수를 자극한다.
요즘은 테이프가 웬 말이냐. 모든 것이 DVD다. 일명 `딥디`. 구성도 알차다. 크기도 커졌다. 그러나 꼭 사지 않아도 되는 것 또한 트루. 왜냐고? 인터넷에 다 있으니까! 21C 팬질은 더 신나는 팬질을 위한 무한 대장정 같은 느낌. 조금만 검색하면 원하는 오빠의 영상을 날짜별, 노래별, 활동 시기별로 다양하게 찾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DVD를 내신다는데 안 살 수 없잖아요.
▲ 손편지 VS SNS
`오빠 안녕하세요`. 줄 찌이익. (휴지통). 우표 붙여 보내면 오빠가 읽어줄까, 괜히 마음 졸이게 되던 그 때 그 시절.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오빠들과의 소통은 상상도 못하던 그 때, 팬들의 마음을 담은 편지는 트럭을 가득 채워 돌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신비주의 그게 대체 무엇이더냐. 오빠들은 SNS에 살아계시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영상 채널 등을 통해 오빠들은 끊임 없이 우리 곁에 상주하고 계신다. 소소한 일상도, 팬들을 위한 사랑의 메시지도 틈틈이 올려주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오빠가 쓰는 바디 제품이 무엇인지 테이프를 돌려가며 눈이 빠져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세훈이가 좋아하는 중국 과자`만 쳐도 우수수 쏟아지니 말이다.
그런 SNS를 통해 팬들과 더 가까운 소통도 가능한 시대. 손편지는 아직 남아있지만, 소통의 창구가 더욱 커진 것은 확실하다. god의 리더 박준형은 작년 콘서트가 끝난 뒤, 팬들에게 일일이 인스타그램 답장을 보내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 문구류 VS 각종 아이템
최근 아이돌 팬계를 강타한 문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인형. 멤버들의 특징을 담은 인형들이 속속들이 제작되면서, 팬들은 인형 수집에 한창이다. 오리, 고양이, 강아지, 늑대 등 각종 동물부터 다양한 형태의 인형들이 팬들의 침대 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상황. 내 가수의 귀여움을 담고 담아 만든 인형이라니! 그야말로 깜찍한 팬심에 웃음이 절로난다.
그런가하면 과거엔 직접 만든 문구류가 대세였다. 잡지에 나온 오빠들을 차곡차곡 모아, 하드보드지로 필통 모양을 만든 뒤 예쁘게 붙여 `오빠 필통` 만들고, `재중이가 공부하래요`와 같은 유치한 문구를 담은 볼펜 띠지(?)나 교과서 이름표 등이 유행하기도 했던 터. 속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링 다이어리에는 `5-1=0` 같은 찬란한 문구들을 가득 담아 오빠들에 대한 사랑을 시시 때때로 점검하곤 했다.
이렇듯 아이돌 팬문화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그래도 변치 않는 것은 `내 가수`를 사랑하는 새우젓들의 팬심. `오빠들이 밥 먹여 주냐`는 말도 이젠 한물 갔다. 오빠들이 진짜 밥을 먹여 주기도 하기 때문. 팬과 가수의 관계는 결코 일방통행이 아니기에 5년, 10년 그리고 이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진=드림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싸이더스HQ, JYP, 큐브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이베이, 찬열 인스타그램, 엑소 인형 훈둥이, 엑소 인형 라큥이, 김규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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