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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한 그릇의 위로,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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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뽀얗고 진한 국물에 푸짐한 고기로 삶의 허기를 채우는 따뜻한 한 끼, 돼지국밥. 경상도 사람들이 특히 즐겨먹는 돼지국밥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흘러왔을까.


부산에서 40년 넘게 돼지국밥을 끓여온 김정순 할머니

국밥은 지역에 따라 즐겨 먹는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서울에 설렁탕, 전라도에 곰탕이 있다면 경상도엔 돼지국밥이 있다. 경상도에서도 돼지국밥하면 떠오르는 부산, 김정순 할머니는 이곳에서 40년 넘게 돼지국밥을 끓여왔다. 돼지 뼈를 24시간 푹 고아 낸 육수에 밥과 수육을 넣어 말아먹는 돼지국밥,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토렴이라는 과정이다. 국물을 여러 번 따랐다 부었다 하며 국밥을 데우는 토렴을 통해 고기국물이 밥과 고기에 스며들며 맛을 낸다. 배고픈 시절, 끼니와 더불어 술안주가 되는 고마운 음식이었던 돼지국밥, 뜨거운 김 훌훌 불어가며 돼지국밥 한 그릇으로 따듯하게 속을 채우는 부산사람들을 만나본다.


돼지국밥의 원형은 농가의 돼짓국

경상도 사람들이 유독 즐겨 먹는 돼지국밥, 그 시작은 무엇일까? 한국전쟁이 끝나고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부산에 정착하며 고향에서 즐겨먹던 돼지고기 음식들이 만들어졌고, 이때 지금의 돼지국밥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경상도의 농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돼지고기로 국을 끓여먹고 있었다. 밀양시 청운리의 할머니들은 어렸을 때부터 소고기국 대신 돼지고기국을 먹던 기억이 있다. 소고기가 귀하던 시절, 모든 고기 음식의 재료는 돼지고기였다. 옛 기억을 더듬으며 할머니들이 차린 다양한 돼지고기 밥상. 얼큰하게 끓인 밀양식 돼짓국, 돼지머리편육과 숯불에 구운 족발을 먹으며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집집마다 돼지 한 마리씩 키우던 옛날 얘기를 들어본다.


김해 축산물도매시장 어머니와 아들의 돼지고기 이야기

김해에 만들어진 대규모 도축장도 경상도에서 돼지국밥이 만들어지는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곳에서 일본으로 돼지를 수출하고 남은 부위로 만든 국이 돼지국밥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스물다섯에 시작해 30년째 김해 축산물도매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금주 씨. 아들 현철 씨는 2년 전부터 발골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엄마의 일을 돕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의 일터를 놀이터 삼아 뛰어다니던 아들을 위해 김금주 씨는 흔하고 값싼 돼지곱창으로 만든 내장국밥과 곱창전골을 자주 해줬다. 오늘 아들을 위해 차린 밥상에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오도독(오돌)뼈찜, 김해의 뒷고기가 올라왔다. 아들을 더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사는 김금주 씨, 엄마와 아들의 단란한 돼지고기 밥상을 만나본다.


마을잔치에 빠지지 않는 돼지국밥 – 밀양 퇴로리 마을잔치

한해 농사 무사히 마치고, 추운 겨울 건강히 잘 나기 위해 밀양 퇴로리에서 마을 잔치가 열렸다. 요란한 경운기 소리와 함께 갓 잡은 돼지 한 마리가 마을에 도착한다. 잔치날 돼지 한 마리 잡으면 가장 먼저 만드는 건, 돼지국밥. 오늘은 밥 대신, 뽀얗게 우려낸 돼지육수에 국수를 말아 돼지고기국수를 만든다. 돼지 잡는 날,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음식은 바로 피순대. 돼지 창자에 신선한 돼지 피를 넣어 만든 순대는 시간과 정성이 듬뿍 들어간 고급 음식이다. 돼지 한 마리로 거하게 차려진 잔칫상, 마을 어른신들 모두 모여 따뜻한 돼지국밥 한 그릇씩 나누며, 한해 고생한 몸과 마음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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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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