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6조1,128억 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1월(4조4,28억 원)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금리가 상승국면에 진입한 데다 올 연말 한계 기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불황의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마저 줄줄이 떨어지고 있어, 자칫하면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거래가 안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회사채 발행 자체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지난 8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회사채 발행금액은 16조3,9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조8,477억원)에 비해 13%나 줄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회사채 시장발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올 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지난달 말까지 58개로 47였던 지난해에 비해 11개나 늘었습니다.
연말까지 등급 조정이 이뤄지면 올해 신용등급 강등되는 기업 수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63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업종별 신용등급 강등 기업 수는 건설업종이 9개로 가장 많았고, 조선업종과 캐피탈 등 기타 금융업종이 각각 5개로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신용등급이 강등된 건설사는 롯데물산(AA-)과 계룡건설산업(BBB), 대원(BB),
동부건설(D), SK건설(A-),
GS건설(A),
태영건설(A-), 포스코건설(A+), 한화건설(BBB+) 등입니다.
조선사 중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A+에서 BBB-로 내려갔고,
삼성중공업은 AA에서 A+로,
현대미포조선은 A+에서 A로,
현대중공업은 AA에서 A+로 강등됐습니다.
철강업종도
동국제강이 A-에서 BBB-로, 동부메탈과 동부제철도 각각 CC, CCC로 곤두박질 쳤고, 항공업종도
대한항공이 A-에서 BBB+로,
아시아나항공이 BBB+에서 BBB로 떨어졌습니다.
이밖에
대우인터내셔널이 AA-에서 A+로,
두산인프라코어가 A-에서 BBB+로 낮아졌고 동부팜한농(BB+)과
쌍방울(BB+),
한진해운(BB+) 등은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됐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신용등급이 ‘AA’ 이하인 회사채는 거의 거래가 안 되고 있는 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신용경색에 따른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330여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이달 안에 완료할 예정입니다.
C등급인 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조기 정상화를 돕고 D등급에 대해선 회생절차 등을 통해 신속한 시장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한계 기업은 물론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마저 줄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회사채 시장을 정상화시키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