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013년 보다 40.3% 증가한 18억7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대중국 수출액이 5억3,360만 달러로 전체의 29.6%를 차지했다. 사실상 중국이 최종 목적지인 물량이 많은 홍콩으로의 수출액 또한 4억5,253만 달러로 전체의 25.1%에 달했다. 두 나라의 비중이 과반을 넘긴 셈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집계일 뿐이다. 따이공(보따리상)을 통한 무역과 국내 면세점 및 명동을 비롯한 관광상권 매장들의 매출을 합하면 공식 수출 집계 못지않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올해 들어 중국 정부가 따이공 무역을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벌어졌던 혼란과 메르스 확산 사태로 방한 중국 관광객들이 격감하자 국내 화장품업계 전체가 휘청거렸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화장품산업은 중국을 기반으로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중국 시장에 종속됐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근래의 성과를 `거품`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 당국의 정책 집행이나 중국 내 시장 변화에 따라 언제든 갑작스럽게 꺼질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다.
거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 현지 화장품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상향되면서 가격 대비 효능이 뛰어나다는 한국산 화장품들의 경쟁력이 유지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시장에 해당하면서도 여전히 성장의 여지가 더 큰 중국을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다. 동시에 `제2의 카드`를 만드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 다. 실제로 최근 원브랜드숍 기업들은 중국만큼이나 또 다른 수출망 개척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토니모리 멕시코 매장, 네이처리퍼블릭 미얀마 매장, 바닐라코 필리핀 론칭 행사, 미샤 스페인 매장
토니모리는 최근 중남미 시장에 첫 발을 들였다. 지난달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중남미 지역 최초의 매장을 오픈한 것. 첫 매장은 멕시코시티 중심부이자 멕시코 내 한류 집결지인 암부르고(Hamburgo) 지역에 들어섰다.
오픈 당일 4시간 정도만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1만 달러에 달하는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지역 특성을 살린 자연주의 인테리어에 전문 메이크업 및 헤어존 그리고 한복을 입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고객 응대 등 한국적 서비스를 접목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토니모리 마케팅팀 관계자는 "사전 SNS 홍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알려왔고 인테리어 티저 광고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했다"며 "앞으로 멕시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네이처리퍼블릭은 미얀마에 13호점과 14호점을 동시에 냈다. 2013년 미얀마에 첫 매장을 개설한 네이처리퍼블릭은 그간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과 TV와 잡지, SNS를 통한 마케팅 활동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미얀마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도, 아세안을 연결하는 요충지이자 젊은 층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화장품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처리퍼블릭은 현재 14개 매장 외에도 수도 양곤을 중심으로 연내 5개 매장을 더 추가한다는 목표다.
나아가 네이처리퍼블릭은 중앙아시아로도 눈을 돌렸다. 이 지역 국가 가운데 가장 소비수요가 크고 한류 열풍 덕에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카자흐스탄에 지난 9월 첫 매장을 낸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카자흐스탄 1호점은 경제수도인 알마티 중심가에 위치한 도스툭플라자 쇼핑센터에 들어섰다. 현지 뷰티 트렌드가 자연성분인 만큼 매장 인테리어에서부터 제품까지 자연주의 컨셉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카자흐스탄의 또한 행정수도인 아스타나에 연내에 추가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이곳을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게 회사의 복안이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는 지난 10월 스페인에 3개 매장을 선보였다. 세비야와 마드리드에는 숍인숍 매장을, 바르셀로나에는 단독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미샤는 스페인이 유럽 내 5위에 해당하는 화장품시장이며 최근 몇 년간의 불경기를 딛고 회복하는 추세에 있어 진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불경기를 거치며 중저가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최근 한국 화장품 수입액이 커지고 있는 점을 눈여겨봤다는 것이다.
세원셀론텍이 전개하는 바이오화장품 브랜드 새라제나도 스페인 시장 개척에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이미 5년 전에 스페인에 진출한 새라제나는 얼마 전 현지 최대 백화점 체인인 엘 코르테 잉글레스(El Corte Ingles)의 지점 20곳에 브랜드 매장 입점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현지 유통기업과 맺기도 했다.
바닐라코(banila co)의 행보 또한 눈에 띈다.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럭셔리 쇼핑몰 글로리에따4몰(Glorietta 4 Mall)에 1호점을 개점하고 이를 기념해 지난 23일 대규모 런칭 행사를 가진 것. 마닐라 마르코폴로호텔에서 열린 이날 런칭쇼에는 현지 미디어와 유명 뷰티블로거 등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특히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모티브로 한 바닐라코의 `폴 인 서울` 컬렉션을 활용한 체험존이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닐라코 김창수 대표는 "지난 10년간
동양 여성에게 어울리는 최상의 `아시안 컨템포러리 룩(Asian contemporary look)`을 구축해 왔다"며 "이번 필리핀 진출을 통해 현지 소비자와 함께 더 깊이 있고 새로운 동양의 아름다움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