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전 선발로 호투한 김광현(사진 = KBO) |
새로운 에이스의 육성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우승으로 제1회 프리미어12 대회가 막을 내렸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나라 대표팀은 최고의 성과를 냈다. 우승에 대한 감격을 만끽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쁨에 심취해 있기 보다는 미래 대표팀을 위한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최종 3위에 그친 일본. 그럼에도 일본 대표팀에 부러운 것은 강력한 에이스가 있었다는 것이다. 개막전과 4강전에 선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가 그 주인공이다. 오타니는 160km가 넘는 패스트볼과 140km대의 포크볼을 앞세워 대한민국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개막전 오타니에게 지배를 당했던 대표팀은 4강전에는 다를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하지만 오타니의 구위는 4강전에 더 강력했다. 다른 나라와 경기를 통해 충분히 경기 감각을 익힌 대표팀이었으나 오타니 앞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만약 4강전 일본 벤치에서 오타니로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대표팀의 운명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물론 인위적으로 오타니와 같은 투수를 만들 수는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임기응변식으로는 향후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도 김광현은 대표팀에 선발 됐고, 일본과 개막전에 선발로 나섰다. 이는 김광현이 일본전에 강점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이 언제적 김광현인가? 이미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일본전에 등판을 했던 인물이다.
일본은 2009 WBC에서 김광현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책을 세웠고, 김광현으로 밀어붙였던 우리나라는 당시 일본과 첫 경기에서 2-14 콜드 게임 패배를 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김광현이 일본전에 나선다는 것은 한국 야구의 마운드 높이가 낮아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일본전만을 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들이 부상의 이유로 대표팀에 선발을 할 수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 토종 선발 자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원인은 선발 투수로 능력 있는 자원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프로팀 감독들이 불펜 위주의 운용을 하면서 빠른 볼을 던지는 유망주들이 모두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제도적으로 특정 선수들을 선발로 육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특정 선수를 육성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지도자들이 선발 야구를 기본 틀로 마운드를 운용하고 선수들을 육성한다면 확률적으로 좋은 선발 투수가 탄생할 가능성은 전자보다 높아진다.
매 시즌 현장에서는 토종 선발 투수가 사라진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정작 시스템의 변화는 없다. 프로 감독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성적이 중요하지만 유망주들의 무조건적인 불펜 투수로 출발은 미래 경쟁력에서 절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더불어서 외국인 투수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당장에는 성과를 낼 수 없다. 유망주들의 성장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도조차 하지 않고 눈앞의 성적만을 지향한다면 프로리그는 물론 향후 국제대회에서도 선발 투수는 사라지고 ‘먼저 나오는 투수’만 있을 뿐이다.
걱정만 한다고 해서 변화되는 것은 없다. 프리미어12 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확실한 약점이 드러났다면 이제는 하나씩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야구가 더욱 세계의 중심에서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