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숨진 남편이 생전 집안에 숨겨뒀던 수십억원어치의 금괴를 뒤늦게 돌려받게 된 유가족들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얼마일까?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금괴는 지난해 8월 화재가 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건물 사무실을 수리하던 인테리어 작업공 조모(38)씨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다른 동료 2명과 함께 있던 조씨가 붙박이장을 뜯다 발견한 라면상자보다 조금 작은 나무궤짝 안에는 1980년대 발행된 신문지로 하나 하나 쌓여 있는 금괴 130여개가 있었다. 시가 65억원어치였다.
이 금괴의 주인은 8년 가까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다 지난 2003년 숨진 재력가 박모씨였다.
박씨는 한남대교가 들어선 1969년 이전부터 직접 배를 타고 다니며 강남일대 땅을 사들여 상당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목돈이 생길 때마다 평소 습관처럼 금괴를 사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숨지기 3년전까지만 해도 부인이자 잠원동 현 건물주인 김모(84)씨와 8남매에게 10여개씩 총 100여개의 금괴를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은 박씨가 생전 가족들과 함께 이 건물에 거주할 당시 숨겨뒀지만 치매가 오면서 가족들에게 남은 금괴의 존재를 미처 알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우연히 이를 발견한 인테리어공 조씨는 동거녀와 금괴 전부를 훔쳐 달아났다가 뒤늦게 덜미를 잡혀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조씨가 보관하던 남은 금괴 40개(19억원 상당)와 현금 2억2,500만원, 조씨가 골드바를 팔아 구입한 벤츠 차량 등을 압수해 가족들과 함께 경찰서를 찾은 부인 김씨에게 전부 돌려줬다.
뒤늦게 가족들이 유산을 되찾긴 했지만 상속세 부과 문제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일단 `증여할 금괴가 발견됐으니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는 취지로 관련 자료와 함께 수사 결과를 국세청에 통보한 상태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에서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은 10년이다.
하지만 일부러 재산을 은닉하거나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시효가 15년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상속액이 50억원이 넘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속받은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1년 이내에 시효와 무관하게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박씨가 숨진 시점이 2003년임을 감안할 때 원칙적으로 따지면 이미 상속세 시효는 지난 셈이다.
또 금괴를 훔친 조씨 등이 수십억 상당을 탕진해 정작 가족들은 20억여원 상당만 돌려받게 된 것인 만큼 상속개시일과 상속 금액을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세무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남편이 사망한 시기를 곧 상속개시일로 봐야하고, 금액도 2003년 기준이 맞겠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독특한 경우여서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며 "골드바 자체가 명의가 없는 애매한 특성이 있는데다 경찰 추정만으로 금괴의 주인이 숨진 남편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고, 가족들이 상속 사실 자체를 몰랐던 점 등을 감안하면 상속개시일과 부과 대상 금액은 발견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