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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1월11일 '빼빼로'데이? '빼빼low'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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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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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메, 조금 먹었는데 금세 2kg이 늘었네. ", "이를 어쩐다니?"
     
    하늘이 꺼져라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집 저집마다 울려 퍼진 몸무게에 대한 탄식이 초겨울 밤하늘에 가득하다. 회식후  들려오는 직장인들의 탄성도 유성처럼 우르르 떨어진다. 

    "내일부턴 술을 끊어야지 원"

    오늘까지만 마신다고 다짐한지가 벌써 여러 해 째다. 몸무게에 놀란 눈동자는 곧바로 입으로 그 답을 전달한다.

    "빼빼low~ 살을 빼야지~"
     
    그래서인지 요즘 같은 불황에도 소비가 줄지 않는 제품이 있으니, 바로 몸무게를 재는 체중계이다. 온 국민이 매일 매일 빼빼 low를 외치며 디지털 체중계에 올라간다. 조금이라도 살이 빠지면 스마일, 쬐금이라도 살이 찌면 곧 울상이다. 체중계가 무슨 죄가 있나? 애꿎은 체중계만 탓할게 아니다. 

    TV만 켜면 온통 세상은 먹방 천국이요, 야식 배달의 민족인데, 침 꼴깍 넘기며 조금 맛볼 참이면 자신은 이미 올챙이배로 변해있다. 한입 두입 하다 보니 이미 다이어트는 물 건너 간 상태이다.

    그러나 D형 라인 자신과는 다르게 SNS상에 보이는 남들의 모습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V형 얼굴에 콜라병 몸매 그리고 베이글까지.
     
    "도대체 어찌 살란 말인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 온 국민이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주변의 모든 일상이 촬영되고 캡처되어 바로 찍어 바로 올리는 SNS 세상. SNS 어디를 들어가 봐도 맛있는 음식천지요 쭉빵사진 천국인 대한민국은 살과의 전쟁에서 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3차원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살찌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을까? 이 황당한 몸매의 기준은 누가 왜 정한 것인가? 가끔씩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마음속에 스며든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보디족의 남성들은 결혼 시즌이 되면 3개월 동안 스스로 우리 안에 들어가 살을 찌운다고 한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D형의 배를 유지하면 예쁜 여자를 선택하는 특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대한민국 남성에게 적용시킨다면 어찌될까? 상상하기도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한국 여성분들 중에서 배 나온 남성분을 좋아하는 이가 적기 때문이다.
     
    이렇듯 `빼빼 low`는 자본주의 사회의 수요와 공급법칙과 관련이 깊다. 멋진 몸매 나이스 바디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예쁨과 멋짐에 대한 어필을 할 수 있고, 치열한 선택 결정에서 우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빠른 결과를 바라는 속성이 더해져 다이어트 식품과 살 빼는 약도 호황을 누리고 있으니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아름다움의 수요와 공급곡선의 교차점이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답이 어렵다고 문제를 회피 할 수는 없는 법.

    젊은 수컷이 멋있어 보이기 위해 뿔을 다듬고 예쁜 암컷이 한 컷 암내를 풍기며 교태롭게 깃털을 다듬는 생태계의 이치를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가? 예뻐지기 위해 멋있어지기 위해 가꾸고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이 인간의 추한 모습보다 당연히 낫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살을 빼고 더하고 곱하고 나누는 동안 그늘에 가려져 간과한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다.
     
    성인들은 이미 성장점이 포화 상태인 경우가 많고 발달도 정점을 이룬 후라, 자연에게서 받은 본질에 덧칠을 위해 별짓을 다해도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주관을 갖고 생각할 나이가 될 때까지 일정부분 보호 받아야 하고 보호해야 마땅하다. 미디어가 강조하는 `빼빼low`사회는 `다이어트 = 아름다움`이요, `살 빠짐 = 지상 최대의 명제`라는 획일화된 생각을 고착화시킨다.

    아이들의 자기 정체성을 잠식시키고 몸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뇌의 심층구조인 무의식 속에 저장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이 성장기 내내 자의식을 방해하고 학교 생활전반에 악영향을 수반할 수 있다.

    모두들 한 목소리로 자본주의의 상업성을 우려하며 미디어가 만들어낸 외모 지상주의를 지적하지만, 미디어는 원래 그런 DNA를 타고 태어났으니 어찌 미디어만 탓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모든 가정에서 TV선을 자르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고 진정으로 다이어트에 멍든 동심을 다독여주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답은 바로 부모인 당신이 쥐고 있다. 잠자기 전 부모와의 대화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당신의 이야기를 약이 아니라 잔소리로 귀를 닫아 버리기 전에, 자신의 몸과 대화 하는 법을 일러주어야 한다. 

    불을 끄고 편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 아이들은 가장 편안해 한다. 그 틈을 이용해 영어 CD를 디밀지 말고, SNS 미디어에 익숙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자신의 마음속 고민의 군살을 뺄 수 있도록 일러주어야 한다.
      
    잠자리 `빼빼low` 대화법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아이들과 함께 자신의 몸과 대화를 시도하라.
       - 살도 하나의 생명체이다.
         부모님이 다리를 놓아주어
         자녀들이 살들에게 건강함에 대한 동의를 구하게 한다.

    2. 체중계는 아이들과 15일에 한번만 달자 
     - 몸무게는 말이 없다. 다만 숫자로 보일 뿐이다.
     
    3.  자신만의 디지털 타임캡슐을 만들어보자
      - SNS상에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사진은 접고
        진정 자신만 보는 자신만의 성장 사진을 담아보자.
     
    몸무게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잠들기 전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 마음속에 불어나는 마음속 군살을 빼빼 low 해보자.

    글 / 이호석 PD(SBS 프로듀서)

    정리 / 한국경제TV MAXIM 박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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