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우 기자]몇 개 작품 출연만으로 배우 이름 앞에 수식어가 붙은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수식어는 ‘믿고 보는 배우’, ‘천만 배우’ 등 그 배우가 그동안 보여줬던 많은 작품들을 통해 붙는다. 하지만 여기에 단 두 개의 작품으로 수식어를 가진 배우가 있다. ‘충무로의 샛별’, ‘블루칩’ ,‘기대주’ 등이 이 배우에게 붙는 수식어다. 그는 매력적인 눈,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 웃을 때는 한 없이 순수하지만 한 순간 차갑고 날카롭게 변하는 천의 얼굴을 가진 충무로의 기대주 정하담이다.
▲그녀의 남다른 연기 열정정하담의 맑은 목소리와 귀여운 미소는 상대방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작은 얼굴에 귀여운 이목구비, 마른 몸매에 수줍은 모습은 마치 10대 순수한 소녀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그의 눈빛에서 빛이 보였다.
정하담이 출연한 영화 ‘들꽃’은 당장을 살아가기도 버거운 세 소녀들이 가혹한 세상을 견디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갓 피어난 소녀들의 순수한 빛이 사라지는 것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중 정하담은 집을 나와 길을 떠돌다 수향과 은수를 만나 마음을 나누는 여린 10대 소녀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들꽃’ 캐릭터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가방에 속옷도 넣고 제가 나름대로 생각한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집 밖을 나섰죠. 이후 청소년들 쉼터에 직접 전화도 해보고, 새벽에 나와 있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관찰하고 느꼈어요. 많은 준비를 해서인지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어요”라고 전했다.
‘들꽃’에서 정하담은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해맑은 모습부터 매서운 눈빛과 간절함까지 다양하면서도 극과 극을 넘나드는 감정들이 한 작품 안에 모두 녹아 있다. 이에 그는 “극중 대사가 많지 않아요. 때문에 눈빛과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해야했죠. 영화를 찍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모든 감정을 눈빛과 표정에 나타내기 위해 감독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캐릭터 공부도 많이 했어요. 한 장면 한 장면을 섬세하게 준비했지만 다 보여주지는 못 했어요”라며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 행복함을 느낀 그녀영화 속 계절은 겨울이다. 더욱이 낮이 아닌 밤과 새벽 장면이 특히나 많았다. 보는 이들마저 추울 정도. 영화를 촬영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그에게 춥지 않았냐고 묻자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했어요. 영화 속에서 겨울을 배경으로 밤과 새벽촬영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촬영을 하면서 추운 것조차 못 느꼈네요(웃음)”라고 전했다.
정하담의 말 한마디마다 `들꽃`을 얼마나 즐겁게 촬영했는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동료 연기자들과는 사이가 너무 좋았어요. 촬영하는 동안 다 함께 합숙을 하다 보니 더 편안하고 친해졌어요. 친해지니까 연기에 자연스럽게 친해짐이 묻어나더라고요. 특히 촬영장에서 제가 제일 어려서 다들 잘 해주셨어요. 하지만 어린 나이 때문에 더욱 폐가 안 되려고 더 열심히 했어요"(웃음)
▲연기를 배운 적 없는 그녀가 배우에 이어 각색까지요즘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늦은 나이는 아니지만 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냐는 질문에 "고등학교 시절에 연극부로 잠깐 활동을 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기를 할 때 정말 행복했어요. 이후 대학에 입학했지만 연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휴학을 하고 다시 연기에 도전을 하게 된거죠. 따로 연기학원을 다닌 적은 없어요. 그런 것 때문인지 수많은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죠. 이후 꾸준히 오디션에 참가해 처음 합격한 영화가 `들꽃`이에요. 합격 당시 너무 행복하고 캐스팅해준 감독님께 지금도 감사드려요“라고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극중 캐릭터를 공부하면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때문에 정하담은 첫 작품에서 배우에 이어 각색까지 이름에 올렸다. 연기도 배운적 없다는 그가, 각색까지 했다는 이야기에 기자가 놀라자 그는 “직접적으로 각색을 한 것은 아니에요. ‘들꽃’에 합격된 이후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장면에서는 이런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등 시나리오, 연출 부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죠. 당시 저는 어떻게 하면 더 캐릭터를 잘 표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요.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연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이후 각색으로 제가 이름이 올라갔더라고요”(웃음)
▲미래 보다는 지금이 중요한 배우 연기를 시작하거나 배우를 준비 중인 사람들은 롤 모델이나, 멘토 등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를 목표로 정하고 배우고 연습한다. 정하담에게 생각하는 멘토나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 "저는 연기에 목표를 두지 않아요. 맡은 배역을 열심히 하는 것밖에 생각이 안 들어요. 연기를 잘 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아직 제가 바라보기도 힘든 대 선배님들도 많아요. 하지만 그중 누구를 콕 집어서 멘토나 그분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제 연기자로 한 걸음을 내딛었기 때문에 어떤 배우보다 현재 맡은 배역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만나 본 정하담은 새 하얀 도화지를 같았다. 하얀 도화지에 스케치를 어떻게 하느냐는 그녀의 손에 달렸다. 청순함과 발랄함, 귀여움, 묘한 여인 감성까지 팔색조 매력을 어떻게 도화지에 그려낼지 궁금증하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대중들의 가슴에 남고 싶다는 배우 정하담. 그가 앞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어떤 연기로 감동을 주게 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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