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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젊은 노인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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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소장의 당신과 다른 나의 100세 시대] 5편. 젊은 노인 패러독스


`벤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 살았으니까 뭐든 잘 알잖아요?"
영화 `인턴`에서 70세의 벤(로버트 드니로)에게 자기 보다 젊은, 아니 아들뻘의 직장동료가 하는 말이다.
이 영화의 중심은 미모의 30대 여성CEO이 아니라, 철저히 70세의 노인 인턴에게 맞춰져 있다.
`오래 살았으니까 뭐든 잘 안다`는 것은 진리는 아니지만 당위론의 관점에서 아주 그렇듯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벤은 담백하게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 그 길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며 살아온 삶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뮤지션에게 은퇴는 없다.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다.
내 안에는 아직 음악이 살아있다` 라며 여전히 자신의 삶에 대한 건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고령자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가 자연스러워진 요즘, 이 영화는 전부는 아니어도, 상당부분 모범답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열정과 도전, 그 속에서의 갈등과 어려움을 시니어 세대의 경륜과 세심한 배려가 조화를 이룰 때 더 멋진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젊다`는 것과 `늙다`는 것은 반대말이 아니다.
국어사전에 `젊다`는 `혈기 따위가 왕성하다`는 의미의 형용사(形容詞)인 반면, `늙다`는 `사람이나 동물이 나이를 많이 먹다`는 의미의 동사(動詞)이다.
다시 말해서 `젊다`는 어떤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는 나타내는 말이지만, `늙다`는 자동사로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의미하는 말이다.
즉, 사정에 따라 젊어 보일 수도 늙어 보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늙어가는 것은 불변의 진리임을 내포하고 있다.
역사 이래로 남성들은 정력제 등 남성성을 강화시키는 형태로 젊음을 추구해 온 반면, 여성은 화장이나 성형수술과 같이 감추고,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젊음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젊다`는 여전히 형용사이지 인위적으로 동사가 되지는 않았다.
소설가 박범신은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賞)이 아니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罰)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젊음이 그 시절을 살아가는 표상인 것처럼, 늙음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현상일 뿐인 것이다.

100세시대가 되면서 세상이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다.
65세이상 노인의 비중이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양적인 변화 뿐 아니라, 질적으로는 `젊은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이미 100세시대연구소에서는 `시니어, 그들은 누구인가?` 라는 리포트에서(2015.04 100세시대 행복리포트 참조) `WHITE GOLD`라는 개념으로 그들의 성향을 분석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들로 인해 경제흐름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저축의 역설`(paradox of saving) 혹은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절약을 해서 저축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사회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케인즈(Keynes)가 주장한 `유효수요`(effective demand)를 늘이기 위해서는 저축이나 절약은 악덕이며, 소비가 미덕이라는 주장이다.
즉. 개인의 저축증가는 사회전체의 수요감소와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현상이 최근 한국에서 관찰되고 있다.
2014년 가계의 순저축률은 6.09%로 2004년 이후 10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순저축률은 가처분소득 중에 저축하는 비율을 나타난 것으로 가계의 관점에서는 바람직해 보이지만, 경제성장률과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2007년 5.0%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5%인 현재의 상황에서, 특히 2011년에 가계 순저축률이 3.39%에서 저점을 찍고 3년째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가 잘 이루어지는 나라에서는 저축이 미덕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저축은 악덕이 된다.
실제 2015년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2.3%로 2003년 이후 거의 최저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2분기 국민총소득(GNI)는 전분기대비 0.1% 감소하여 2010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하였다.
이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서 소득이 감소한다는 `저축의 역설`을 증명하고 있다. 소득증가가 저축증가로 이어지고, 다시 투자로 이어져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아니라, 소비를 줄여 경기가 침체되고 그래서 다시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용불안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주요인으로 꼽히지만, 실은 그 저변에는 고령화가 깔려있다.
세계의 어느 나라든 펑펑 소비하는 노인은 없다.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저축이 늘어난다.
그런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소비성향도 낮아지지만, 저축률도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저축률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소비를 늘릴까? 우리나라 개인자산 중에 50세 이상 중고령층이 전체의 61%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50대 가구주의 경우 4억 2,853만원으로 가장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가구소득도 50대가 5,843만원으로 가장 많고, 금융자산 역시 1억 1,159만원으로 가장 많다.
따라서 중고령층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보자면, 소비는 중고령층의 일자리와 관련이 깊다.
아직 본격적으로 연금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연금이 충분히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소득이(일자리) 소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럼 저축은 어떤가? 사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저축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저축을 해야 한다.
즉, 절대 저금리시대에는 실질적인 금융수익이 확보되는 `투자`를 해야 한다.
1% 금리로 원금이 2배도 되는데, 무려 69년이 걸린다. 그나마 물가가 오르지 않을 때 이야기다.
자본시장에서의 `투자`는 산업자본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지만, 개인에게는 절대 저금리시대에 핵심적인 투자수단이기도 하다.

늙는다는 것, `젊은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이 시대의 주류가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저축의 역설`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착실하게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투자` 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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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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