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적자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잔량 부문에서 전세계 1~5위를 휩쓸며 저력을 과시했다.
23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9월 말 기준 131척, 85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132척)로 세계 조선소 가운데 가장 많았다.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는 지난해 11월 수주잔량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정상을 지키고 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부실로 지난 2분기 3조여원의 적자를 내고 3분기에도 최대 1조원 이상의 영업 손실이 예상되며, 연간으로는 5조3천억원 적자가 우려된다.
그러나 최근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채권단 지원, 고부가 액화천연가스운반(LNG)선 수주 등으로 내년부터 점차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수주잔량 2위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513만CGT·105척), 3위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501만CGT·88척), 4위와 5위는 현대중공업그룹형제인 현대삼호중공업(399만CGT·90척)과
현대미포조선(289만CGT·129척)이다.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악재 만회를 위해 LNG선 등 전통적인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주력함과 동시에 다양한 첨단·친환경 선박 개발로 경쟁 업체들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매섭다.
한국이 1~5위를 휩쓰는 동안 중국 조선소들은 6~9위에 포진하며 상위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후둥 중화가 수주 잔량 238만CGT(55척)로 세계 6위였으며 상하이 와이가오차오(229만CGT·66척), 장쑤 뉴 YZJ(218만CGT·88척), 다롄 조선(185만CGT·45척) 순이었다.
일본 업체로는 이마바리 SB 마루가메(176만CGT·41척)가 10위에 턱걸이했으며 한국의 성동조선(170만CGT·65척)은 11위였다.
9월 수주 잔량 기준으로 중국 조선소 70개가 전세계 150위 내에 포진했다.
조선업을 주도하는 한국의 빅5만 빼면 사실상 중국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 조선업체는 중국 중앙·지방 정부의 발주를 손쉽게 수주하고 헐값에 해외 수출까지 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반면 국내조선소의 경우 고임금과 고부가가치 사업 실패, 조선소 노후화 등의 악재로 주춤거리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악재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며 "이미 조선수주 총량으로 보면 중국이 한국을 넘어섰지만 아직 단일 조선소로는 한국이 앞서고 있는데 이마저 내줄 경우 한국 조선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