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한쪽 어깨로만 메거나 어깨를 가로질러서 메면 보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 어깨로 가방을 메야 더 빨리,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학자의 보행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19일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고려대 물리치료학과 김형동 교수팀이 걸음걸이에 이상 없는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남녀 대학생 38명(남 20명, 여 18명)을 대상으로 2013년 6월부터 7개월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일부 대학생들의 가방 휴대 방법과 무게에 따른 압력중심점 변화와 보행률 분석)는 ‘한국산학기술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김 교수팀은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에게 모래주머니로 무게(3㎏ㆍ5㎏ㆍ7㎏)를 조절한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기’, ‘가로질러 메기’, ‘양 어깨에 메기’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메게 한 뒤 맨발로 6m를 걷게 했다. 이 장면을 6대의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가방 양쪽 어깨에 멨을 때 보행 속도가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팀이 대학생들의 보행 도중 압력중심점 차이를 비교한 결과 양 어깨에 가방을 메고 걸을 때의 전후ㆍ좌우 차(差)가 평균 21.9㎝로 가장 적었다. 다음은 가로질러 메기(29.2㎝), 한쪽 어깨에 메기(31.4㎝) 순이었다. 가방의 무게는 압력중심점 변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압력중심점은 발바닥이 지면과 접촉할 때 힘이 가해지는 중심 지점을 가리킨다. 발을 디디는 순간마다 달라지는 압력중심점은 보행자의 균형 능력과 보행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정상 보행과 비(非)정상 보행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김 교수팀은 “압력중심점의 변화 차이가 가장 적다는 것은 발을 디딜 때 힘이 들어가는 부분이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걸을 때 몸의 균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자세 변화가 적어 신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피로를 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학자들도 김 교수팀과 유사하게 가방을 메는 방법ㆍ무게를 달리 한 뒤 어린이가 가방을 착용한 채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2005년 1월 ‘보행 자세’(Gait Posture)란 전문 학술지에 발표했다. 여기서도 양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걸었을 때 압력중심점의 변화가 적었고 보행 속도가 빨랐다.
김 교수팀은 세 방식으로 가방을 멘 학생들의 보행률(cadence, 단위시간당 걸음 수)도 검사했다. 양 어깨에 3㎏짜리 가방을 멨을 때의 보행률이 분당(分當) 평균 112.9보(步)로 가장 많았다. 한쪽 어깨에만 가방(무게 3㎏)을 멨을 때의 분당 걸음수 107보보다 분당 6보 가까이 더 걸은 셈이다. 어깨에 가로질러 가방(3㎏)을 메고 걸을 때의 분당 걸음수는 108.2보였다. 가방 무게를 5㎏, 7㎏로 올려도 양 어깨로 가방을 멨을 때 분당 걸음수가 최다(가방 메는 세 방식 중)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김 교수팀은 “보행률 등 보행 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균형 감각과 곧은 자세”이며 “몸에 가해지는 무게가 허리ㆍ어깨ㆍ하체에 고루 분산돼 신체 균형이 일정하게 유지될수록 보행 능력이 향상돼 보행 거리와 속도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백팩ㆍ크로스백ㆍ카메라 가방ㆍ캐리어ㆍ노트북 가방ㆍ클러치백ㆍ앞뒤로 메는 가방 등 가방의 모양과 메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가방을 메고 걸으면 인체에 가방의 무게에 의한 신체적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몸의 균형과 자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방을 불량한 방법으로 메거나 지나치게 무겁게 들고 다닐 경우 허리ㆍ어깨ㆍ다리에 부담을 안겨, 말초신경 손상ㆍ어깨와 팔 근육 손상ㆍ척추 변형ㆍ허리 통증ㆍ근육통ㆍ발바닥 피로감 등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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