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를 41년간 지켜온 정든 목소리가 올해를 끝으로 팬들과 작별,또다른 화제가 됐다.
해마다 브리티시오픈 1번 홀 시작 지점에서 마이크를 들고 선수들을 소개한 아이버 롭슨(69·영국)이 주인공으로.
1975년 대회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은 뒤 20일 끝난 제144회 브리티시오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선수 소개를 도맡아왔다.
`온 더 티(On the tee)`로 시작하는 그의 음성은 백발에 건장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약간 높은 톤이고
억양도 특이해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BBC는 "롭슨이 그동안 소개한 선수는 모두 18,995명"이라며 "20일 올해 최종 라운드 마지막 조의 아마추어 폴 던이
롭슨이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이라고 보도했다.
TV중계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그의 목소리를 약간 떨고 있었다.
언뜻 보면 1번 티에서 선수 이름만 불러주면 되는 쉬운 일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컷이 추려지기 전인 1,2라운드에서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4시 넘어까지 10여 분 간격으로 계속 선수들이 출발하기 때문으로
당연히 제대로 식사를 할 시간도 없는 셈이다.
롭슨은 항상 첫 조가 출발하기 1시간30분 전에 자리에 도착해서 그날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다 한 번씩 발음해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예전 보도 내용에 따르면 그는 경기 전날 저녁 7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고 한다.
첫 조가 출발하고 나면 그는 자리도 뜨지 않고 커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충실했다고 한다.
나흘간 대회가 끝나고 나면 몸무게가 5㎏나 빠지기 일쑤였다는 것.
롭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미국 골프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가 그만두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은퇴 시점을 잡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의 올드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롭슨은 발음하기 어려웠던 선수로는 `피터 아카카시아카(Peter Akakasiaka)`라는 선수가 있었다고 회상했고
루이 우스트히즌(Oosthuizen)은 1970년대 `안드레스 우스트히즌`이라는 선수가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20일 최종 라운드 마지막 조가 출발할 때 TV 중계 카메라는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우스트히즌, 던이 아닌
롭슨을 비춰주며 그의 41년간의 노고를 예우했다.
사실 그의 이름도 발음하기 쉬운 이름은 아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그의 이름(Ivor)은 발음을 `아이버(EYE-ver)`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이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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