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시아드 남자축구대표팀이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남자축구 세계 무대에서 유니버시아드대회는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는 레벨이다. 그래도 개최국 한국남자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었다. 영국 셰필드 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24년만에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금메달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나 컸다. 관중석에는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까지 지켜보고 있었으니 선수들에게 의욕이 넘쳤다. 그러다보니 초반 경기운영을 차분하게 펼치지 못했다. 이 크나큰 부담감이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김재소(선문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유니버시아드 남자축구대표팀이 13일 오후 7시 나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분전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퇴장당한 수비수 박동진의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하고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시작 후 6분만에 승부의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한국의 센터백 박동진이 이탈리아 공격수 레오나르도 모로지니의 역습 드리블을 막다가 곧바로 퇴장명령을 받은 것이다.
알렉세이 에스코프(러시아) 주심은 박동진의 걸기 반칙을 적발하고 곧바로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반칙 없이 통과됐을 경우 한국 골키퍼 김동준과 1:1로 맞서는 절호의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우리 선수들로서는 이 상황이 두고두고 억울했지만 이탈리아의 준비된 역습 전출은 한국 수비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조별리그에서 먼저 만나서 1-0으로 이겼던 경기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된 듯 보였다. 한국선수들로서는 또 이겨서 금메달을 목에 걸 생각만 엿보이는 것 같았다.
박동진의 퇴장 이후 5분만에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한국의 왼쪽 측면이 너무나 쉽게 허물어졌다. 그리고 골문 앞의 토마소 비아시는 아무도 막는 선수가 없었다.
▲ 김재소 유니버시아드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어쩔 수 없이 실점 직후에 한국 벤치에서는 공격수 김민규를 빼고 센터백 전인규를 들여보내는 고육지책을 썼다. 이탈리아 미드필더들의 공간 창출과 번뜩이는 역습 패스가 일품이었기 때문에 센터백 빈 자리를 그대로 두고 경기를 펼칠 수 없었던 것이다.
열 명이 뛰는 한국 선수들은 31분에 정원진의 왼쪽 측면 프리킥으로 좋은 동점 기회를 잡았지만 골잡이 김건희의 헤더가 오른쪽으로 빗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곧바로 김재소 감독은 큰 결단을 내렸다. 이상민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이정빈을 들여보낸 것이다. 수비만 신경 쓰다가는 도저히 공격적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1분 뒤 추가골을 얻어맞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이탈리아 가운데 미드필더 파올로 레골리가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슛으로 한국 골문을 제대로 흔든 것이다. 골키퍼 김동준이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막아내기 어려운 궤적이었다.
이렇게 0-2 상태에서 후반전을 시작한 한국은 만회골을 간절히 원했지만 오히려 이탈리아의 역습에 쐐기골 한 방을 더 얻어맞고 말았다. 54분에 레오나르도 모로지니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들어간 것이다.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0-3으로 벌어진 점수판은 절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분 뒤에 실낱같은 희망의 메시지가 던져졌다. 선취골의 주인공 토마소 비아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많이 늦었지만 선수 숫자로 10:10의 균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 벤치에서는 3분 뒤에 문준호를 빼고 고승범을 들여보내며 마지막 안간힘을 썼지만 이탈리아 특유의 빗장 수비를 열 수 있는 해법을 찾지 못했다. 상대 페널티지역 부근까지 공을 연결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더 결정적인 위치까지 공을 운반하는 섬세함이 모자랄 뿐이었다.
※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남자축구 결승 결과(13일 오후 7시, 나주공설운동장)
★ 이탈리아 3-0 한국 [득점 : 토마소 비아시(11분), 파올로 레골리(33분), 레오나르도 모로지니(54분)]
- 퇴장 : 박동진(6분) / 토마소 비아시(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