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외과적 수술과 마찬가지로 척추 수술의 합병증 중 가장 성가신 합병증이 수술 후 감염이다. 가벼운 표면 감염 정도라면 문제가 될게 없지만 심부의 감염이 발생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 특히 추간판, 일명 디스크는 일단 세균에 의한 감염이 발생하면 향생제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고 골수염으로 확대되기 십상이다. 혈관에서 직접적인 영양을 공급받는 조직이 아니라서 항생제를 투여해도 균의 박멸이 어렵고 통증이 극심하여 움직이기가 힘들어진다.
4-6주간의 항생제 치료와 침상안정이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추간판이 말라붙어야 치유가 끝이 난다. 특히 결핵균에 의한 감염은 완치 후에도 심각한 변형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여 소위 말해서 곱사등이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염증이 확진이 되면 선제적으로 수술을 시행하여 병소의 제거와 유합고정술로 척추의 모양을 잡아 심한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보통 수술 후 2차 감염이든 혈행성으로 발생한 1차 감염이든 항생제와 통증 조절 약물을 처방하여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되기를 의사나 환자 모두 원하게 되는데 아무리 튼튼해보이고 면역력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이 되는 환자 일지라도 일단 심부 감염 발생시 제때 치료를 못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로 발전을 한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를 산정해서 좀 무리하게 대응을 해야만 조기에 수습을 할 수가 있다. 이때는 충분히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수술 후 감염증 조차 수술과정에서의 실수로 담당의사와 병원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 염증제거를 위한 수술, 분절간 고정술 등 추가적인 비용과 고통, 시간의 낭비가 뒤따를 수 밖에 없어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에 대해 담당의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과정이 고통스럽다하여 요행 수를 바라다가는 대부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닿게 되고 기저 질환을 가진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10년쯤 전으로 기억의 시간을 돌려보면 생각나는 환자가 있다. 60세 정도의 남자 환자였는데 수술 후 감염증이 발생했고 항생제, 농양 제거술 등으로 치료를 했지만 결국 염증의 확산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사망 후 분쟁이 발생했고 결국 부검까지 시행을 해서 간암이 발견이 되었다. 물론 수술 전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기저 질환이었다. 결국 암의 침범으로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염증이 발생했고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진행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법적인 결론은 차치하고 염증의 초기 단계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항상 머리 속을 맴돈다. 그래서 이후 염증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약간은 무리가 따를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이런 원칙으로 인해서 후회가 되는 사례는 없었다.
요즘 전국을 휩쓰는 메르스 사태을 보면서 다시 느낀 점은 성경의 말씀처럼 이것 또한 결국은 지나가겠지만 과학의 세계에서 요행을 바라면 안된다는 것이고 우물쭈물하다보면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금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참으로 아쉽다.
도움말=정병주 국제나은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