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이와삼은 최근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의 신작 <햇빛샤워>를 오는 7월 9일(목)부터 26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8월, <남산희곡페스티벌, 네 번째>에서 낭독공연으로 처음 소개된 <햇빛샤워>는 이후 가능성을 인정받아 남산예술센터 2015 시즌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44)씨는 <환도열차>(2014 동아연극상 희곡상), <여기가 집이다>(2013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 <미국아버지>(2013 창작산실 대본공모 최우수작)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사회의 부조리와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섬세한 텍스트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위트 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신작 <햇빛샤워>는 낭독공연 이후 1년 가까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으며, 특히 등장인물 광자와 동교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을 구체화해 완성도를 높였다.
<햇빛샤워>는 20세의 순진한 청년 ‘동교’와 그의 집 반지하 셋방에 사는 20대 후반의 백화점 매장 직원 ‘광자’를 통해 비틀린 삶의 양상과 가난한 자들의 모습을 덤덤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두 주인공은 이 험난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방식을 보여주는데, 근거 없는 희망과 감동으로 포장된 이야기가 아니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 작품은 주인공들이 주변 인물들과 관계하고 대립하면서 발생하는 파편들을 통해 ‘과연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무대에서 가시화될 수 없던 희망이라는 것이 햇빛으로 변해 무대 밖에서 관객의 머리 위로 비출 때,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주인공 광자는 전형적인 여성성을 지닌 인물이 아닌, 희대의 ‘썅년’ 캐릭터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면 매니저로 승진하고, 과거의 삶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전과가 있어 이름을 바꾸기 쉽지 않자 몸으로 선금을 때우기도 하고, 자신을 믿고 도와준 사람을 배신하기도 한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그녀는 거칠고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문제적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하기보다 가감 없이 표현하는 점과 때때로 엿보이는 순수함이 광자를 단순한 ‘썅년’으로만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여기가 집이다>에 이어 <햇빛샤워>에서 다시 등장한 동교 또한 전형적인 청년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지나치게 선하고 이상적이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연탄집 양자다. 가난한 달동네 이웃들에게 계속 연탄을 나눠주면서 “나에게 잘 해주는가와 관계없이 가난한 자들에게 연탄을 나누어 주며 살고 싶다”고 광자에게 말하는 동교는 ‘관계없음’을 계속해서 강조하다 양부모와 갈등을 겪는다.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며 협동조합을 꿈꾸는 동교의 모습이 물신주의와 속도 경쟁에 빠진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8월, <남산희곡페스티벌, 네 번째>라는 낭독공연에서 처음 소개된 장우재의 <햇빛샤워>는 이어진 공동제작 공모(公募)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이는 창작희곡을 발굴해 무대공연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남산예술센터의 성과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다.
남산예술센터는 2009년 재개관 이후 ‘창작 초연 제작 공공극장’을 표방하며 줄곧 국내 희곡 창작을 견인하는 중심지로 그 역할을 했으며, 창작자 발굴과 육성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희곡에 대한 진지한 담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13년부터는 <남산희곡페스티벌>을 개최해, 창작희곡을 발굴하고 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극작을 꿈꾸는 이들로부터 투고 받은 초고 상태의 희곡을 검토한 후, 그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시투고 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초고는 극장 드라마터그와 전문가들의 심층 멘토링을 통해 수정과 보완을 거쳐 <남산희곡페스티벌> 낭독공연 무대에 오르며, 무대실연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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