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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 문화지체현상? 배용준 박수진은 왜 ‘비밀결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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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용준-박수진(사진 = 한경DB)


배용준의 결혼식은 아시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여러 가지 화제와 이야기 거리가 많지만 배용준의 결혼식이 결혼 트렌드와 맞춰갈 수밖에 없는 점은 한국사회의 결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요즘 결혼 트렌드는 비밀결혼이다. 여기에서 비밀결혼이라고 하면 결혼 자체를 비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비밀결혼이라는 말을 몇 자 더 풀어보면, 비밀결혼식이다. 비공개 결혼식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보통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소식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비밀결혼식은 이와 반대 지점에 있다.

사실 그럴 이유가 없다.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고 비밀리에 결혼식을 하는 것으로 결혼식을 이미 올리고 나중에 밝히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비밀 결혼식의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비밀결혼식에 홍보비용이 덜 들어가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람이 적게 오는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친구가 적은지 많은지 염려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다. 만약 사람이 적을 때, 사람을 사는 풍경도 연출하지 않아도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부 소수만 초대한다.

이럴 때 초대된 소수는 매우 뿌듯함을 느낀다. 만약, 결혼 당사자가 사회적으로 대단히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유명인이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을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와 별개로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여할 때, 느끼는 무시당함이나 도구화된 듯한 심정을 탈피할 수도 있다. 공개결혼에서는 자칫 많은 사람들의 무리를 연출하기 위한 하나의 동원군중이 되는 경우가 많고, 이때 상당히 기분이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줄 마음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참여한 이들이 개별적인 존중으로 오히려 축하할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긍정적인 이유 때문 만일까. 비밀결혼을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배우자가 대중에게 노출했을 때,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남의 평판이나 시선을 의식하는 집단우선의 문화가 강할수록 이런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이들과 비교되는 계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유명인의 경우 하객으로 누가 오는가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어 곤혹스런 점이 있을 수 있다.

거꾸로 초대 받은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고민을 덜어줄 수도 있다. 애매한 경우에는 초대를 처음부터 하지 않아도 된다. 애매한 사람에게 초대해서 갈등관계가 일어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 같은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점만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으며, 결혼식을 공개로 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공개 결혼식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축의금을 주는 행위이다. 물론 그 돈은 주로 부모의 소유가 된다.

때문에 결혼이 두 사람이 아니라 집안의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축의금으로 만들어지는 현금 액수는 커질 것이다. 정치인이 아닌 바에야 진정한 부자들은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

이제 배용준의 경우를 보자.

결혼하객으로 참여할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통제가 곤란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배용준이 새삼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 거꾸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는 이들은 결국 내적인 자신감이 없으며, 사회적 입지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하객을 활용하는 셈이다. 이미 그럴 단계가 넘은 배용준이 애써 하객을 모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 하객동원에 나선다면 그것은 내적인 자신감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다. 또한 배용준이 애써 결혼 축의금 때문에 신경을 쓸 리도 없다.

따라서 자신들과 정말 인연이 깊은 사람들만 결혼식에 초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그곳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상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과 맺은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는 것은 불 보듯 명확하다. 결혼식을 억지로 동원하지 않는 것은 진정 부유하고 사회적 입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이런 점이 비밀 혹은 비공개 결혼의 특징이다. 이는 한국사회의 결혼식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병 때문에 등장했다. 결혼문화에 선도적인 이들은 비공개의 가족적 결혼식을 이미 선호하고 있다.

기존의 결혼식은 문화지체현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결혼식이 일반에게 확산될 때까지 시간은 걸릴 것이다. 가족문화의 확산으로 더욱 이는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미래는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뿐이며 결국 시간문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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