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당시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당초 예상보다 빨리 극복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로 달러화 사정(cash flow)이 좋아지면서 미국 금융위기 극복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리인상을 고려할 정도로 금융위기가 빨리 극복돼, 당면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신흥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중심국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으로 역전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신흥국 위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돼 신흥국의 수출이 제한되면 외화조달에 어려움이 생겨 외환위기 우려가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의 악순환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를 완화되면 신흥국 수출이 증대되면서 외화조달이 가능해져 세계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한 이후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비상대책을 추진해 왔으나 여전히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의 목적을 도달하기 위해서는 미흡하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2%로 떨어지고 노동시장 참가율, 임금상승률, 정규직 고용 등 실업률 이외 미국 국민들의 체감경기에 더 중요한 질적 고용지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책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 △재정지출 증대 등과 같은 전통적인 경기부양 수단은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가 경기부양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의 목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이익을 보다 앞세우는 정책수단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바마 정부는 출범 초부터 달러 약세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최근 들어서도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의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1. 집권 2기 들어서는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오링(reshoring) 정책과 함께, 미국 제품 구매(buy ‘made in USA`) 운동2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은 교역상대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할 때 무역적자 규모를 잣대로 삼는데 올해 들어서는 재차 확대되고 있다. 1980년대 초에 유행했던 ‘쌍둥이 적자이론(twin deficit theory)’에 따르면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으면 오바마 정부가 당면한 현안인 재정적자 축소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교역상대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갈수록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폭이 확대되고 삼성전자, 현대 자동차 등과 같은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 간의 경쟁경화로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강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최종적으로 통상압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한국을 우회기조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통상압력이 높아지는 것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미국 통상정책의 근본기조는 ‘보호주의→자유무역주의→공세적 상호주의’ 순으로 변화해 왔다. 최근에는 보호무역주의의 기조가 재차 강화되고 있다. 이런 통상정책 기조변화는 그동안 제정된 통상법에 반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주요 통상법 내용을 숙지하고 있다면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뿐 아니라 중간자적 입장에 놓여 있고, 갈수록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는 만큼 통상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바이 아메리카 정책 △미 통상법 중 201조(safeguard, 긴급수입제한조치), 301조, 슈퍼301조 등 미국의 무역정책과 통상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올해 강화되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미국물자 우선구매정책으로, 이 용어는 1933년 대공황 때 미국정부에 미국산 제품만을 쓰도록 했던 ‘BAA법(Buy American Act)`에서 유래한다. 당시 보호주의 무역법인 ‘스무트-홀레이(Smoot-Hawley)`법이 제정됐으며, 지금도 대표적인 수입규제수단으로 사용되는 반덤핑, 상계관세 규정이 이 법에 포함돼 있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교역상대국들의 보복규제로 이어져 근린궁핍화로 인해 세계 무역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대공황 당시 미 대통령 허버트 후버가 경제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세인상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전 세계의 무역량이 60% 감소했던 선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규제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과 함께 수출확대를 통해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높여갔으며, 대규모 공공사업 시 미국산 철강 등 미국산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경기부양법안에 넣어 논란이 됐었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부터 바이 아메리칸 조항 등으로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있었는데, 이 기조는 △고용개선 지연 △경상수지 적자지속 등으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한국 등 신흥국들에 대한 ‘공정무역 강화`라는 명분 아래 공세적인 통상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 특성상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화될 경우 그 어느 국가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주의(bilateralism)`이라는 국제통상 대원칙을 감안하면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화될 경우 중국, 유럽, 일본으로 통상압력 파고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미국보다 못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대외정책 기조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추세와 특징 등을 정확히 분석해 체계적 대응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통상압력에 대한 대응은 사적 혹은 예방적 조치가 중요한 점을 감안하면 우선적으로 미국과의 통상마찰 소지를 줄이는데 노력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미 FTA 협정 등 그동안 합의사항을 준수하고, 미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문을 가능한 빨리 이행할 필요가 있다.
통상마찰 이후 사후조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내 분쟁처리기구(DSB) 등의 기능 복구에 주력해야 한다.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상마찰 발생시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 국가와의 쌍무적인 해결보다 다자 채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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