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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시 논란 가열.. "표현의 자유인가, 부적절한 표현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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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시 논란 가열.. "표현의 자유인가, 부적절한 표현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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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쓴 ‘잔혹 동시’가 실린 동시집을 출판사가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문학 작품의 표현의 자유와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주장부터, 대상 독자들의 다수가 어린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맞서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책은 지난달 30일 발간된 동시집 <솔로 강아지>(가문비)다. 이 책에 실린 일부 수록 작품의 내용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초등학생 ㄱ양이 쓴 ‘학원 가기 싫은 날’이라는 제목의 시에는 “엄마를 씹어 먹어”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삽화 또한 심장을 물어뜯고 있는 여자아이의 그림을 넣었다.

출판사 가문비의 발행인은 논란이 일어난 초기에 “우려를 전했으나 작가와 부모의 (꼭 싣고 싶다는) 의도를 존중해 예술 작품으로 판단하고 출간을 결정했다.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대된 5일 결국 전량 회수 및 폐기를 결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표현 자유의 허용 수위를 넘어섰고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항의와 질타를 많은 분들로부터 받았다”며 “도서 전량을 회수하고 가지고 있던 도서도 전량 폐기하겠다. 거듭 사과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이다.

온라인에서는 문학 작품에서 작가의 상상력과 은유의 창작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과 예술이면 폭력성을 지녀도 되느냐는 주장이 크게 부딪치고 있다. 출판사 누리집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부모의 검열 안에서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창작을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많은 문학작품들은 어린 시절이 마냥 순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썼다. 그러나 또다른 누리꾼은 “10살짜리 작가가 원한다고 해서 유통시키는 출판사는 제정신인가? 당신네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일베와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특히 읽는 대상자가 주로 어린이라는 점에서 많은 누리꾼들이 우려를 표했다. 어른에게도 충격적인 내용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는 얘기다. 출판사 누리집과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어른인 내게도 불쾌하고 역겨웠다”, “살인 의도가 있는 글”, “반사회성이 잘 치유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할 것”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반면 “여러 문학 작품이 이미 유사한 욕망을 다루고 있다”, “예술은 마음에 응어리진 것을 토해내 자신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잔인한 시가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걱정하면서 오히려 더 잔인한 댓글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도 이번 사건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unheim)에서 “‘어린이는 천사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는 어른이들의 심성에는 그 시가 심하게 거슬릴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그냥 문학적 비평의 주제로 삼았으면 좋겠다. 서슬퍼렇게 도덕의 인민재판을 여는 대신에…” 라고 밝혔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트위터(@histopian)에 “자식을 때려죽이고 굶겨 죽인 애비 에미들이 차라리 ‘잔인한 시’를 썼더라면…. 어린이가 어른의 거울이라면 잔인한 동시는 잔인한 사회를 투명하게 드러낸 거겠죠.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무리 흉해도, 그게 자기 모습입니다”라고 썼다.

논란만큼 비난도 거세지면서 어린이가 출판을 통해 사회적 비난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트위터(@myaldo)에서 “이 사건에 반성해야 할 사람은 모두 어른들”이라며 “성적을, 성공을, 이익을 향한 맨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는 수많은 어른들의 협잡이 이 안에 있는데 애꿎은 어린이들이 공격을 받고 있다. 그들이 받을 상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어린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자’ 이것이 삐삐 이후 일관된 현대 아동문학의 방향이었다”며 “그 어린이들의 용기있는 말을 지키고 존재의 성장을 응원하고 대신 공격받기 위해서 어른인 동화작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어린이가 쓴 작품의 출판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장하고 있는 작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어린 저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홍보에서는 영재, 영어 신동으로 몰아간 것도 (상업적인 의도같은) 그런 맥락 아닐지. 어린 작가를 포함한 어린이들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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