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가치 있을 때가 있을까? 처음으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종종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24살에 관리직을 떠맡은 기억이 아직 새롭다. 역량 때문이 아니라 여건 때문이었다.
젊고 독창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해마다 규모를 두 배로 늘리던 오라클이 내 첫 직장이었다. 1년 후에는 회사 전반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고 새로운 기업의 대학을 만드는 책임을 맡았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내 능력보다 두 배는 버거운 일처럼 느껴졌다.
상사들로부터 어떠한 지침도 받지 못하는 상태였고 내 나름의 거창한 비전 같은 것도 따로 없었다. 물론 내 임무가 회사의 미래에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영업 인력과 현장 컨설턴트들이 신제품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었다.
내가 일을 제대로 해내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했다. 회사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일을 맡았다는 부담감과 아는 것도 경험도 없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기회가 닿는 한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절박함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못 되어, 전 세계 100여 국가를 상대로 일할 수 있도록 오라클 대학을 확장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가 국제적인 업무는커녕 해외여행을 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신경 쓰는 상사는 이번에도 없었다. 여권이 없다고 말했더니 빨리 만들어서 유럽으로 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관련 지식이 여전히 부족했던 나는 제품 전문가와 임원들의 조언을 열심히 구했다. 또한 경험이 없었기에 신중하게 일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물었다.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의 가용 자원을 모두 활용해야만 했다. 내가 제공하는 가치는 신선한 아이디어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다. 반대로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는 데서 나왔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일을 배웠다. 창의적인 의지로 부족한 경험을 대신했다. 이 무시무시한 경험은 이후 15년 동안 오라클의 기업 대학을 이끄는 동안 나의 관점을 형성시켰다. 상사인 밥은 심한 자격 미달이었던 과거를 가지고 가끔 나를 놀렸다. 그러나 나로서는 자격을 갖춘 자리를 원한 적이 없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자리가 최고의 자리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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