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통일과 관련해 우리 금융이 담당해야 할 몫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통일과정에서 낙후된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는 한편 체제 변화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위험 요인을 적시에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1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TV 주최 ‘통일,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201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진 원장은 “통일의 경우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데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금융이 담당해야 할 몫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철도와 도로, 항만 등 주요 인프라 구축과 산업설비 투자에 대규모 자본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러한 자금 조달을 위해 독일 통일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독일재건은행(KfW)의 사례와 같이 정책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금융이 북한 경제개발을 위해 자금 공급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독일재건은행(KfW)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망가진 독일 경제를 재건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정책금융기관으로, 중견기업과 소규모 기업들을 지원해 오다 갑자기 맞이한 통일 전후로는 동독 지역의 도시와 산업 발전을 위한 자금 지원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진 원장은 이어 “또한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에 익숙해져 있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금융시스템에 단시간 내에 적응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부분에서 금융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예금보험제도, 신용평가 시스템, 공시 회계제도 등 금융 인프라를 튼실히 구축하고 금융교육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 원장은 이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인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융이 발전한 나라에서 뿌리 깊게 자리잡은 상식과도 같은 금융문화가 북한 내에서도 폭넓게 확산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와함께 체제 변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에 대응하는 등 금융 건전성·안정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진 원장은 “통일 과정에서 경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저해 된다면 애써 만들어 낸 하나의 경제는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이 힘 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동구권 국가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체제 전환 과정에서 높은 인플레이션, 금융불안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 원장은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경제 금융 통합시 정부와 중앙은행, 감독당국간 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대내외 경제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을 적시에 파악해 대응하는 거시전전성 감독 기능을 확대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웅섭 원장은 중국 속담의 한 구절을 들어 단계적인 준비를 통해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진 원장은 “중국 속담에 ‘힘든 여정을 무사히 마치려면 한 번에 한걸음 씩 내딛으면 된다. 다만 계속해서 발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한반도의 통일도 마찬가지로, 목표의식과 절실함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준비해 나간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하나의 경제 ’one economy‘ 라는 우리의 꿈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