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KB사태 제재 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당국과 감독기구간 혼선과 제재 수위 힘겨루기 등 제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재심은 자문기구`라는 그 역할과 성격이 관련 규정에 명확히 명시됩니다.
금융사 제재 절차의 전문성과 공정성, 제재 대상자에 대한 권익보호 등을 위해 현재 6명인 제재심 민간위원의 풀이 12명으로 늘어나고 사전로비 방지 등을 위해 명단도 외부로 공개됩니다.
그동안 제재 확정 이전 사전에 누설돼 제재의 향방에 영향을 끼쳤던 제재 심의 관행도 개선됩니다.
12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제재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재심의위원회 개편안과 효율적인 운영방안 등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당국은 KB사태에서 여실히 민낯을 드러낸 제재 심의의 역할을 제재 `결정기구`가 아닌 ‘금감원장 자문기구’ 임을 규정에 명확히 명시하는 등 제재 심의의 성격을 못박았습니다.
이는 KB사태 제재 당시 심의 자문기구의 영역을 넘어 제재 수준 자체를 좌지우지 해 금융당국과 감독기구간 이견을 보이며 로비설과 개입설 등 각종 억측과 혼선을 빚는 등 제재 심의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돼 왔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또한 자문기구인 제재심에 금융당국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 제재심 안건에 금융위 국장이나 과장 대참시 발언권만 행사하고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제한키로 하는 내용도 이번 개편안에 포함됐습니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에 대해 “통상적인 제재 안건 심의에 있어서는 의결권 행사를 가급적 자제하거나 또는 사실상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예외적으로 `가부동수`인 경우나 법령해석이 의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재심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 의결권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답해 여지를 남겼습니다.
당국은 또한 제재심 위원에 사전 접촉을 통한 로비와 외압, 위원들의 공정성·전문성 미흡 등을 보완하기 위해 6명인 제재심 민간위원을 2배수인 12명의 풀로 구성키로 했습니다.
또한 소비자 보호와 IT 등 새로운 분야의 이슈가 제재와 연관되는 최근의 상황을 감안해 관련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키로 했습니다.
현재 제재심에 실제로 참여하는 위원은 민간위원 6명, 당연직 3명 등 총 9명의 수는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민간 위원의 경력 요건도 현행 5년에서 관련분야 10년 이상 또는 통합경력 10년 이상으로 상향 규정해 제재심의 공정성과 함께 전문성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제재심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중대 금융사고나 사회적 물의를 불러 일으킨 안건에 대해서는 제재심을 집중·연속 개최하는 등 현안의 신속한 처리, 제재심의 지연에 따른 문제 등을 방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재심에 앞서 위원들간에 충분한 사전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안건 사전설명제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KB사태 때처럼 제재심 결과 확정 이전에 ‘중징계 불가피’, ’수위 조정 가능성’ 등 사전에 이미 제재 수위의 방향이 노출돼 불거졌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누설 방지를 통한 내부통제 절차가 강화됩니다.
이를 위해 보안안건을 지정해 해당 안건을 심의시 참석자를 제한하고 관련 교육 강화, 제재심 민간 위원의 조치예정 내용 누설시 위원직을 해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절차가 추가됐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의 경우 제재심 논의 결과를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제재대상자 권익보호와 관련해서는 이의신청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이의신청 사안을 심의하는 위원은 원조치안 심의에 참여치 않는 위원들로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조치안과 이의신청 심의위원이 같을 경우 제재 대상자가 이의를 신청해도 권리를 구제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이유에서입니다.
당국은 이번 개편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 중 검사·제재 규정 관련 세칙을 개정하는 한편 상반기 중 민간위원 풀을 구성할 제재심 위원을 금융위원장 추천 3명을 포함해 총 6명을 추가해 금감원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제재심의 전문성과 공정성 강화를 통해 제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제고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제재 집행의 경제적·사회적 비용도 절감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권 감사·검사 관련 임원들은 “제재심의 속기록과 회의록이 전부 공개되지 않으면 결국 故김정태 행장, 황영기·임영록 전 회장의 경우처럼 일단 당국의 필요에 따라 제재를 가하고 나중에 무죄 등으로 판명받아도 그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 등 책임 여부가 불투명해 지는 문제가 남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함께 "제재 결정기구가 아닌 자문기구로서 제재심의 역할을 한정했지만 제재심을 시행하는 금감원과 원칙상 제제심에 참여하는 금융위 가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도록 했다지만 이 역시 예외를 두고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 KB사태 처럼 양 측간 견해가 엇갈릴 경우 제재수위가 중간에 기준 없이 변경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회의록 공개 문제는 투명성이나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공개시 위원들간 허심탄회한 토론이 어려워질 수 있고 명예훼손, 권익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공정위나 여타 기관들의 사례에서도 제재나 징계관련 회의록·속기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도 있어 종합적으로 감안해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