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불거진 유가 급락 여파로 국내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6월 100달러를 웃돌았던 WTI(서부텍사스유)가 반 토막 나는 사이 코스피는 다시 박스권 안에 갇혔다.
보통 유가가 떨어지면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상관관계가 뒤집혔다.
우리나라는 원유 순 수입국으로 유가 하락 시 기업의 생산비 절감과 함께 가계의 실질 구매력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큰 상황이다.
이상화 현대증권 센터장은 10일 "과거에는 유가가 하락하면 세계 경제가 득을 볼 것이라 했지만, 최근에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디플레이션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센터장은 "유가가 하락 하다 보니 플랜트 수주나 채굴 등 관련 시장에 대한 투자가 냉각기에 들어갔다"며 "유가 하락으로 투자나 고용에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결국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투자가 줄고 유가 하락분만큼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나 화학, 조선, 건설업 등 에너지와 관련된 업종이 타격을 입었다.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동안 코스피 건설업 지수와 화학 지수는 각각 16.2%, 7.5% 급락했다.
이 센터장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국내 증시 영향은 중립적"이라며 "유가 하락 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소비관련주들은 수혜를 보겠지만, 산업재나 소재 종목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향후 유가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유가 하락의 원인을 셰일가스혁명에 따른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로 보는 만큼 유가는 계속해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월가 투자자들의 경우 유가 하락이 한국경제 회복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중론이다.
국제금융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SSGA(스테이트스트릿글로벌어드바이저)는 양호한 미·중 경제 성장세와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를 고려해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세계적 헤지펀드 운용사인 IIA도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신흥국 전반과 한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그리스 사태 등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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