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렛츠런파크에서 시행하는 경마, 동시에 출발해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는 되는 단순한 룰로 진행되는데도 첨단 기술들이 동원되어 시비를 가린다.
경주를 앞둔 경주마의 목덜미에 둥근 원반이 달린 권총 같은 장비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있다. 개체식별 장치로 경주마의 목덜미에 있는 전자 칩으로부터 마필에 대한 정보를 읽어 들이는 것이다. 이 장비가 개발되기 전에는 털 색깔과 무늬를 이용해 구분해야 했는데,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긴 말들을 전자 칩 장비 없이 구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마의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은 출발대의 문이 열리고 경주마들이 힘차게 뛰쳐나올 때이다. 이때 사용되는 출발대는 매우 단순해보이지만 고도로 정밀한 기계장치다. 공정한 경마를 위해서는 발주기의 문이 동시에 열려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출발대는 강풍·폭우·폭설·혹한 등 어떠한 악천후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열려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과거에는 출발대를 일본에서 십억 원이 넘는 고가에 들여오기도 했으나, 한국마사회가 2010년에 출발대 국산화에 성공해 현재는 국산 출발대를 사용하고 있다.
코 하나 차이로 순위를 가르는 경마에서는, 육안으로 순위를 가릴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연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크게 활약을 하는 것이 착순판정카메라다. 경주로의 결승선에는 특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고성능 카메라는 마필의 도착순위를 1/1500초까지 식별해낼 수 있다. 사진판정은 아무리 박빙의 승부라도 명쾌하게 승패를 가려준다.
경마에 쓰이는 첨단기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산시스템이다. 고객 한 명의 배팅에 따라 배당률이 달라지는 패리뮤추얼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는 현대 경마는, 정교하게 설계된 전산장비를 필요로 한다. 한 경주에 발매되는 몇 백만 건의 마토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배당률을 산출해서 공지하는 일은 어마어마한 계산 작업을 필요로 한다. 지금에 와서는, 컴퓨터가 없으면 경마도 없다.
경주마에 대한 약물부정을 방지하는 도핑검사소는 첨단장비의 집합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전자분석기, 효소면역분석기 등 하이테크 장비들이 즐비하다. 대당 4억 원에 달하는 액체질량분석기는 경주마의 오줌이나 혈액에서 추출한 약물을 분리 검출하는 장비로, 1ml 당 10피코그램(1조분의 1그램)까지 검출할 수 있다.
경마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오늘날의 경마는 이 시대의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되는 하이테크 스포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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