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초승달, 그리고 뼈만 남은 새 한 마리.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작품. 참 단순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 앞에 한참을 서 있다 보면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가 내 몸에 퍼지는 것처럼 느긋해지고 온순해집니다.
이보다 더 단순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작품은 현대 미술사에서 한국적 추상화를 확립한 장욱진 화백의 <야조도>입니다. 그의 모든 작품들은 아동화와 같은 특이한 기법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로 감상하는 이들의 팍팍한 마음을 단번에 무장해제 시켜버립니다. 순수하게 만듭니다. 평생 그림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던, 아니 모든 것을 다 버렸던, 버리고 또 버렸던 장욱진 화백. 그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 나는 심플하다’ 입니다.
장욱진 화백의 <야조도>는 심플한 표현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해 질수록 사람들의 신경은 모두 그 본질을 인지하는데 집중하게 되고 온전히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심플함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영리하게 얻고 전달하고 싶은 것을 더 강력하게 전하기 위한 도구로써 단순함이 필요합니다.
그림을 위해 평생을 바치며 ‘덜 중요한 것’을 버리고 또 버리면서 완벽함을 만들어갔던 장욱진 화백처럼, 본질에 충실한 삶을 위해서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책상 위 하루 세 번 이상 손대는 것을 제외하고 다 치워 버리는 것,
일 년에 단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
언젠간 읽겠지 하고 쌓아둔 자료들을 몽땅 꺼내 읽고 버리는 것,
내 삶에 이런 군더더기만 없애도 훨씬 가벼워질 것입니다.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위해 이런 소박한 행동들로 심플함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