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독립적인 사외이사 추천방안`를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6일 복수의 KB금융 관계자는 "아직 사외이사추천을 위한 인선자문단(자문단)의 구성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LIG손보 인수를 목전에 두고 지난해 지배구조개선을 천명했던 KB금융이 이제와서는 졸속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당장 3월 초까지 이사회 전원을 교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KB금융은 지난달 사외이사추천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3단계 선임방식의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개선안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자문단은 이 3단계 과정가운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최종결정을 하기 직전에 100여명의 후보를 절반 이하로 압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제출당시 자문단에 타은행 퇴직임원과 교수·연구원 등 지배구조명망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을 참여시키는 등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KB금융의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KB금융은 아직 자문위원 최종후보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당장 오는 23일까지 주주들로 부터 사외이사를 추천받더라도 이 후보들을 검증할 자문위원단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자문위원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설사 자문위원 최종후보가 정해지더라고 자문단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추위의 의결을 거치고 자문단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방식과 원칙을 정하는 등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KB의 이같은 `여유`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지배구조개선안 제출 당시 KB금융이 작성한 자문위원 후보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은 아직까지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리스트에 포함된 한 인사는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외부선임의 경우 보통 후보자의 의사를 묻는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아직 KB금융이 접촉을 해오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검토했던 인사를 제외하고 새로운 자문단을 물색중이거나 내부과정이 지체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KB금융이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KB금융이 LIG손보 인수를 앞두고 금융위원회의 눈치를 보면서 급하게 지배구조개선안을 내놨다"며 "인수가 승인됐기 때문에 개선안에 포함된 사외이사 추천방안이 대폭 축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이달 말 여론에 공개하는 최종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이 당초 당국에 제출한 것보다 후퇴한 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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